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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Mar 19. 2022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과 브루스 데이비드슨

소설과 영화, 그리고 사진

나의 사진은 대개가 동정심이 많고 부드러우며 또 개인적인 것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쳐다보게 하는 그런 것이다.

설교 따위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예술품인 양 별로 뽐내지도 않는다.”

- Bruce Davidson -    

 

뉴욕의 화려함 뒤에 있는 소외된 사람들인 이주민들, 부랑아들, 갱들이 그의 사진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뉴욕에서 가장 험한 동네라는 ‘동부 100번가’에 들어가 그들과 친구로서 작업을 했고, 그들의 권익을 위한 사진의 역할을 다하려 노력했다. 그는 마치 텔레비전 수선공처럼 이 동네에 소속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세입주자 권익보호 위원회에 서류를 보내기 위한 사진-수도관의 누수, 고장난 보일러, 갈라진 벽 등-을 증거자료용으로 찍어 주었다. 그러면서 유태계 폴란드인이 백인인 그가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 1970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전시 할 때 동부 100번가 주민들을 초대했고, 그들 모두가 자신의 모습을 보러 전시장에 왔었다. 할렘은 오랫동안 뉴욕의 소외된 지역이었고 이곳에서 민권 운동(Civil Rights Movement)이 일어났었다. 그가 카메라를 들고 가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데이비드슨은 미국 국립 예술 기금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후, 1966년에서 1968년 사이에, 동부 100번가의 할렘 거리를 촬영했다. 그의 주된 의도는 무너져가는 연립 건물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 중 다수를 위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불신-많은 사진기자들이 '가난한 포르노'를 쉽게 찍기 위해 찾아왔다는-을 만났지만, 데이비드슨은 그가 한동안 머물면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북부도시 시민 위원회(Metro North Citizen’s Committee)를 통해 ‘승인’을 얻었는데, 그는 검토를 위해 자신의 이미지를 제시하는데 동의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는 그들과 친밀함을 강조하기 위해, 망원렌즈로 멀리서 촬영하는 것을 배제하고, 대형카메라를 사용했다. 그는 “나는 알아채지 못한 관찰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의 피사체들과 정면으로 마주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내가 목표했던 바의 끝에서 나는 비참과 명예아름다운 사람들과 심술궂은 사람들관용과 증오 등등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었다그러나 나는 눈에 보이는 이상의 것즉 나와 타인들의 삶의 심장부에 까지 갔었던 걸이라 믿고 있다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내가 해낸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브루스 데이비드슨-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의 결과 많은 인종 차별 법률이 철폐되었지만, 여전히 미국은 흑인들에 대한 혐오와 편견은 계속되고 있다. 백인 경관이 흑인을 살해한 사건으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슬로건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의 장편소설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If Beale Street Could Talk>은 젊은 흑인 남녀(티시와 포니)가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포니는 푸에르토리코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백인경찰에 의해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누명을 쓴 포니의 무죄를 입증하려고 하지만 무죄 입증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이 소설을 쓴 제임스 볼드윈은 노예 해방선언 백주년 기념으로 발표한 <단지 흑인이라서, 다른 이유는 없다The Fire Next Time>(1963)는 그의 유명한 에세이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그게 여의치 않으면 우리가 보라고 하는 것만 본다우리가 누구인지어떤 사람인지왜 그러는지는 보려고 하지 않는다”<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P221>   

  

빌 스트리트는 뉴올리언스의 거리로 루이 암스트롱, 재즈가 생겨난 곳이다. 여기서 모든 흑인들이 태어나고 자라난 후미진 동네의 상징으로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2018년 배리 젠킨스 감독에 의해 영화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If Beale Street Could Talk>로 만들어졌다. 흑인 문학의 상징적인 존재인 제임스 볼드윈에 관해선 다큐멘터리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I am not your negro>가 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사랑이라고 영화는 이야기한다. 포니가 갇혀있는 감옥 안 풍경은 영화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거리의 풍경은 사람들의 표정으로 기억된다’는 말에 꽤 공감한다. 사람들의 감정에 집중하고 있다. 2019년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할렘의 다른 집들은 주택 단지 아파트보다 훨씬 나빴다새로운 인생을 그런 데서 시작할 수는 없었다그런 곳에서의 기억은 잊히지 않을 것이고 그런 데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수많은 아기들이 그런 데서그러니까 고양이만 한 쥐와 생쥐만 한 바퀴 벌레가 돌아다니고남자 손가락만 한 나무 가시들이 비죽비죽 튀어나온 나무 벽 공간에서 태어나고 자란다그런 곳에서 태어났다고 죽으라는 법은 없다하지만 그런 데서 살아가거나 살아남은 사람들은 항상 어딘가 슬픈 면이 있다.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P55>    

 

나도 알아반가운 일이지하지만 말했다시피 쥐좆만큼도 의미 없어요그 사람하고 계속 같이 가는 게 좋을지 어떨지도 모르겠어요하지만 백인 애송이 치고는 그럭저럭 괜찮아요지금은 배가 고프니만큼 그렇게 쓰레기는 아니에요나중에 배가 부르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는 조지프에게 말했다. “나는 우리 마을 인생을 그런 백인 샌님 손에 맡기고 싶지 않아차라리 끓는 물에 산 채로 들어가겠어포니는 내 외아들이란 말이야하지만 우리는 모두 백인들 손아귀에 있고백인한테 알랑거리는 한심한 흑인도 많지.”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P104>    

 

오처드 스트리트는 이스트 강과 가깝고뱅크 스트리트는 반대편인 허드슨 강변에 있다오처드 스트리트에서 뱅크 스트리트까지 뛰어가는 건 불가능하다경찰에게 쫓긴다면 더욱 불가능하다하지만 벨은 포니가 <범죄현장에서 달아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그것은 벨이 비번이었을 때만 가능하다그의 <순찰구역>은 이스트사이드가 아니라 웨스트사이드이기 때문이다그런데도 벨은 뱅크 스트리트의 집에서 포니를 체포했다이런 전개가 개연성이 부족하며 앞뒤가 맞지 않음을 증명하고증명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은 고소당한 사람들의 몫이었다.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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