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젠 다비의 <북호텔>

영화 <북호텔> 1938년

by 노용헌

외젠 다비의 데뷔작 <북호텔>은 1929년 프랑스에서 제정된 ‘포퓰리스트 상’(Le Prix du Roman Populiste)을 받은 첫 번째 소설로서, 그만큼 민중소설로서의 의미와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포퓰리스트 상이란 한 시대의 사회상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소설에 수여되는 상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대공황의 여파로 프랑스에 닥친 경제 위기와 정치적 사회적 불안 속에 민중들의 삶은 피폐해져만 갔다. <북호텔>은 바로 이 시기 프랑스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객관적이면서도 생생하게 그려 냈다.

<북호텔Hotel Du Nord>은 1938년 마르셀 카르네 감독이 실제 북호텔과 생마르탱 운하를 배경으로 영화화하여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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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쿠브뢰르는 조용히 걷고 있었다. 아내가 종알대는 소리가 자신이 관찰한 인상과도 흡사해서다. 그 일치가 오히려 그들의 미래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 보증처럼 생각되었다. 얼마 전, 돈깨나 번 상인인 처남이 장황한 이야기 끝에 돈을 빌려 줄 테니 호텔이나 하나 사서 경영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다. 하지만 루이즈는 불확실한 앞날의 모험에 얼른 달려들지 못하고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의 조심성과 노동자 같은 소박한 성격은 그러한 모험적인 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실직하지 않고 병 없이 한 가족이 함께 지내는 그런 것이었다. 호텔을 산다고 하자. 하지만 사고 난 다음에는? 남편도, 자기도 호텔 경영을 해 본 경험이 없다. 그것은 인생이 제공할 수 있는 것보다 더한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운명에게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닐까? 여태껏 남에게 부림을 받았으나 남을 부려 본 적은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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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엔 일찍 자야겠어!”

그들은 대단치 않은 직업에 못 박힌 채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호텔에는 가지각색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몇몇 회사원들, 회계원 한 사람, 급사들, 전기공들, 인쇄공이 둘 있는가 하면 건설 계통의 일꾼으로는 미장이, 벽 칠장이, 석수장이, 목수 등 만약 파리가 지진으로 파괴되어 버리면 재건에 필요할 인간들이었다. 아침 7시가 되면 그들은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얼마 후 젊은 여자들이 들어와서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피혁 공장과 부근의 방직 공장에서 일하는 여공들. 그리고 판매원과 타이피스트들이다. 그녀들은 밀크 커피를 주문하였다. 그러고는 짤끔짤끔 한 모금씩 마시는 것이다. 브리오슈 과자를 조금씩 뜯어 먹으면서 그녀들은 카운터의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곤 했다. 그리고 한길에 나가기 전에 화장을 하는 것이다.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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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부터 숨 쉴 때마다 몸속에 괴로운 아픔을 그녀는 느꼈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픈 티를 내지 않았다. 하루 온종일 아픔을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저녁때 가게 안에 소란스럽게 자리 잡은 손님들의 거리낌 없는 짓에 지쳐 버린 그녀는 부엌 구석으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 신음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하여 입술을 악무는 것이었다. 그녀는 병을 감추기 위하여 자신의 모든 자존심, 즉 시골 여인네의 자존심을 거는 것이었다.

....... 어느 날 아침, 무릎을 꿇고 호텔 문 입구를 물로 씻고 있자니까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녀는 신음하면서 방으로 들어와선 의자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숨을 내쉴 때면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곤 했다.

르쿠브뢰르는 미칠 지경으로 놀라서 일을 팽개쳐 버리고는 의사를 부르러 달려갔다.

루이즈는 늑막염에 걸린 것이었다. 즉시 바늘로 체액을 뽑아 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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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전보를 들고 르쿠브뢰르는 르네가 청소를 하고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자, 자네에게 온 것이야.” 하고 그는 말했다.

르네는 빗자루를 내려놓았다.

“제게요?”

“르베스크, 북(北)호텔이라고 되어 있어.” 하고 르쿠브뢰르는 말했다. 그는 급한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르네는 혼자 남아서 손가락 사이에 전보를 끼고 ‘아마 유모에게서 온 것일 거야.’하고 생각했다.

보름째 되는 오늘까지 그녀는 아이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미친 듯이 전보를 젖혔다. 전보문이 눈 밑에서 아른거렸다. 아--기--. 전보의 내용은 별안간 그 여자를 짓눌러 버렸다. 입술을 떨면서 낮은 목소리로 반복해서 다시 읽었다. ‘아기 사망’이었다. 그러자 르네는 침대 위에 쓰러지고 말았다.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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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에! 내가 식당에서 하는 것은 형편없는 요리요. 자, 들어오시오. 당신은 진짜 요리가 어떤 것인가를 보게 될 테니까요.”

그는 냄비 뚜껑을 열었다. 케넬은 냄새를 맡고 혀를 찼다.

“당신 요리 책을 읽고 계쇼?” 하고 그는 물었다.

“아뇨, 이 책은 <웃는 사람>이에요. 위고 영감의. 그는 선구자였어. 당신 <무시무시한 시대>라는 책을 읽어 봤어요?”

플뤼슈는 젊은 사람들이 사랑 이야기를 하듯 정치를 논했다. 그것도 그칠 줄 모르고 말이다.

“나 말이요, 나는 사회주의 노동조합원이죠.” 하고 말문을 열었다. “나는 지상의 시민이요. 태양 동무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 반짝이고 있습니다.”

케넬은 용케 빠져나갔다. 그래서 플뤼슈는 책 읽기에 다시 골몰하는 것이다. 한 손으로는 음식을 젓고 다른 한 손으로는 책장을 넘겼다. 한쪽 구석에는 포도주가 든 술잔이 놓여 있었다. 그는 높은 목소리로 읽었다. 눈알을 굴리며 뺨을 불룩거렸다. 그렇게 그의 목소리는 마치 북풍처럼 시근덕거렸다.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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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는 그의 입을 다물게 했다. 그녀는 둑 위로 가 보았다. 그곳에서는 일이 중단되어 있었다. 실업자들, 너절한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들장미꽃을 단추 구멍에 끼어 단 떠들어 대는 남자들, 석수장이, 토목 인부, 택시 운전사들, 그런 사람들이 줄지어 가는 것을 그녀는 바라보았다. 상인들은 모두 상점을 닫았던 것이다. 파리의 경찰총감과 그의 참모들이 도착하자 루이즈는 안심을 했다. 루이즈가 호텔로 돌아오자 르쿠브뢰르는 파업자들, 그리고 또한 양식을 구하러 온 기동경찰대 덕분에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었다.

점심때쯤 집회가 끝날 시간이 되자, 별안간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대기를 찢으며 들려오고 경찰들이 달음박질로 뛰어나왔다.

“에밀, 빨리 문을 닫아요!” 하고 루이즈가 외쳤다.

르쿠브뢰르는 문간에서 몸을 버티고 사건들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사람들은 ‘인터내셔널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곧 이어 마치 바람에 낙엽이 쏠리듯이 시위대들이 그랑즈오벨 거리로 내려왔다. 그들은 다리를 막아 놓은 것을 발견하자 오른 쪽으로 돌아서 경찰관들과 충돌했다. (P173-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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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호텔은 집을 허무는 사람에게로 넘겨졌다. 인부들은 전선, 납관들을 끌어내고 문들과 창들을 뜯어내고 한 조각 한 조각씩 분해해 헐어 버렸다. 그리고 라투슈네 뜰에다 산같이 자재들을 쌓아 놓았다.

루이즈는 그들이 일하는 것을 보러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한숨짓는 것이었다.

“여봐요, 주인아주머니.” 하고 한 인부가 말했다. “체념하고 받아들이세요. 당신 호텔은 아주 낡았어요.”

“아! 나도 잘 알아요.” 하고 그녀는 대답했다.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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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좀 더 멀리 뚝 떨어진 데 가서 벤치 위에 앉았다. 그들 앞에 ‘모던 피혁’ 공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철근 골조의 뒤얽힘, 벽돌 더미, 작게 자른 돌들, 건축용 석재들이 있었다. 기중기 두 대가 이 건축 재료들 위로 촉수(觸手)를 던져 그 물건들을 물어서는 하늘에서 균형을 잡고 쇳소리를 내면서 일터에 내려놓는 것이었다.

루이즈는 잠잠히 있었다. ‘마치 북호텔이 존재치 않았던 것 같군.’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 사진 한 장조차.’ 그녀는 눈꺼풀을 아래로 내렸다. 창들이 뚫린 4층 회색 건물, 자기 옛집을 애써 다시 생각해 내려고 했다. 그리고 더 먼, 그녀가 알지 못하는 때 호텔이 단지 뱃사공들의 여인숙이었던 모습까지도.....

르쿠브뢰르는 아내에게 몸을 굽히고서 말했다.

“저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그는 팔을 내밀고 벌써 4층 높이까지 세워진 ‘모던 피혁’의 뼈대 철근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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