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 바예호의 <청부 살인자의 성모>

영화 <아워 레이디 오브 디 어쌔신스> 2000년

by 노용헌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


1990년대 붕괴된 사법 체계 속에서 폭력 조직과 청부 살인자가 만연한 메데인의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 소설 <청부 살인자의 성모>는, 2000년 바예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바르베 슈뢰더가 연출한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바예호는 이탈리아의 치네치타 영화 아카데미에 들어가 영화 연출에 대한 기초를 배웠고, 그 후 콜롬비아의 폭력에 관한 세 편의 영화를 제작하고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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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당신들이 그 풍등에 관해 무얼 알지? 그게 어떤 건지 알아? 그것들은 마름모꼴이거나 십자가 형태, 혹은 공 모양인데 얇고 무른 창호지로 만들어지고, 그 안에는 조그만 촛불이 하나 켜져 있어. 그 촛불이 풍등을 연기로 가득 채워 하늘로 올라가게 해. 사람들은 연기가 그들의 영혼이며, 조그만 촛불은 그들의 마음이라고 말해. 풍등이 연기로 가득해져서 줄을 세게 끌어당기기 시작하면, 풍등의 줄을 붙잡고 있던 사람들, 그러니까 우리는 줄을 놓아 풀어줘. 그러면 풍등은 마치 예수의 성심처럼 고동치면서 불타는 가슴으로 하늘로 날아올라. 당신들은 그가 누군지 알아? 우리는 보통 거실에 그를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 안티오키아주의 주도(州都) 메데인의 페루 거리에 있는 집 거실에도 한 개가 있었어. 그곳은 바로 내가 태어난 집인데, 그 거실에서 어느 날 나는 왕관을 쓰게 되었어. 당신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를 거야. 그래서 말해 주는데, 그 말은 성직자가 내게 축복을 베풀어 주었다는 말이야. 우리 조국 콜롬비아 역시 그를 받들고 있어. 그는 바로 예수이고, 손가락으로 가슴을 가리키고 있으며, 상처 입은 가슴에서는 심장이 피를 흘리고 있어. 새빨갛고 조그만 핏방울들은 마치 풍등 안에 환히 켜진 양초 같아. 하지만 그건 영원히 콜ㄹㅁ비아가 흘릴 피야.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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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은 피로 얼룩진 청부 살인자들의 이름이거든. 그건 탄알과 거기에 장전된 증오보다 더 단호하고 분명해. (P10)


오늘날 사바네타의 수호 성모는 도움의 성모 마리아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그렇지 않았어. 그때는 카르멜산의 성모였고, 교구 이름은 산타 아나였어. 내가 그리 많이 알고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내가 이해하는 한에서 도움의 성모는 살레지오회 신부들의 성모야. 하지만 사바네타 교구는 수도회가 아닌 교구 사제들이 이끄는 곳이야. 그런데 어떻게 도움의 성모가 그곳에 오게 된 것일까? 음, 나도 몰라. 내가 콜롬비아로 돌아오자, 그곳이 그 성모를 높이 받들고 있다는 걸 알았어. 왼쪽 제단에서 성당을 관장하면서 기적을 행하고 있었어. 매주 화요일 메데인의 각 지역에서 수많은 인파가 사바네타로 와서 성모에게 기도하고, 빌고, 또 빌고 또 빌었지. 가난한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게 아기 갖는 법과 더불어 비는 법이야. 이런 떠들썩한 순례자 행렬 속에는 빈민가의 아이들, 그러니까 청부 살인자들이 있어. 그 당시 이미 사바네타는 조그만 시골 마을이 아니었고, 이미 메데인의 한 동네가 되어 있었어. 그 도시가 그곳까지 덮쳐 삼켜 버린 거야. 그런 동안 콜롬비아도 우리 손으로 통제할 수 없는 나라가 되어 있었어. 거리를 두고 멀리서 보면, 이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범죄가 잦은 나라였고, 메데인은 증오와 원한의 수도였어. 미안하지만, 이런 것들은 말로 설명되는 게 아니라, 그냥 알려지는 것이야. (P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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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살아가려면 신화와 거짓말이 필요해. 만약 누군가가 그대로 드러난 진실을 본다면, 아마도 스스로 자기 머리에 총을 쏴버릴 거야. (P18)


이 초에 불을 밝혀서 성모님께 바치고 기도하고 청하도록 하자. 그게 바로 우리가 온 이유니까.

“사랑하는 성모님, 도움의 성모님이시여. 저는 어렸을 때부터 당신을 알고 있나이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그러니까 제가 살레시오회 학교에서 공부했을 때부터 당신을 잘 알고 있나이다. 또한 성모님은 이런 경박한 사람들보다 제게 더욱 소중하신 분이십니다. 제발 제 부탁을 들어 주소서. 당신 앞에서, 그러니까 제 옆에서 당신에게 기도하는 이 아이가 저의 마지막이자 저의 진정하고 유일한 사랑이 되게 해주소서. 제가 그를 배신하지 않도록 해주시고, 그가 저를 배신하지 않도록 해주소서. 아멘.”

그런데 알렉시스는 성모에게 무엇을 부탁하려는 걸까?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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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줄거리는 부조리한 책과 같아. 그러니까 먼저 나와야 할 것이 나중에 나오지. 이런 책을 쓴 사람은 내가 아니고, 그것은 이미 쓰여 있었어. (P23)


알렉시스에게 살해된 사람 중에서 다섯 명은 무보수, 즉 자기의 개인적인 ‘쿨레브라’였고, 다섯 명은 다른 사람들의 ‘쿨레브라’였기에 돈을 받고 처리한 사람들이었어. 그런데 ‘쿨레브라’가 뭐냐고? 그 단어는 ‘뱀’이라는 의미지만, 여기서는 해묵은 원한을 뜻해. 당신도 이해하겠지만, 법은 항상 개정되고 있고, 그래서 법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래서 콜롬비아는 뱀이 우글대는 끔찍한 장소야. 여기서는 여러 세대에 걸쳐 누적된 복수가 살인으로 이루어지거든. 부모에서 아이들로, 아이들에서 손자로 복수가 넘어가고, 형제들은 쓰러져 죽어. 그래.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렉시스에 대해 알았느냐고? 묻지 않았는데, ‘종결자’가 말해 주었어. 그는 정말 근사하게 생긴 아이인데, 거칠고 위험하며 흉악하지만, 그도 또한 일거리가 없어. 열다섯 살로 솜털만 난 애송이인데, 당신 마음을 완전히 누그러뜨리는 애야. 내가 기억하는 바로 그 애 이름은 에이데르 안토니오야. 아주 예쁜 이름이지. (P51-52)


세 개의 총탄이 내 아이의 쇳덩이에 있었고, 그래서 다른 세 명의 이마에 재의 십자가를 그릴 수 있었어. 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나거든. (P57)


위로는 하늘이, 주변으로는 메데인이 보이는 내 아파트 베란다에서, 우리는 별을 세기(혹은 빼기) 시작했어. 나는 알렉시스에게 말했어.

“각자 자신의 별인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넌 몇 개의 별빛을 껐을까? 네가 가는 속도로 너는 하늘을 죽일 거야.”

사람을 죽이려면 단 하나의 총알과 권총, 그리고 굳은, 정말로 굳은 의지가 필요해.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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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로들이 만나는 사거리로 나왔어. 자동차들이 불을 켜고 줄을 지어서 거리로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어. 마치 빛을 내는 구더기 같았어. 이 삶이란 수렁으로 체념한 채 기어가는 개똥벌레들 같았어. 이 엄청나게 많은 차는 마약 조직의 돈으로 산 것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이 도시를 혼잡하게 만들었어. 나는 느릿느릿한 불빛의 강을 떠나서 어둠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몇 발의 총소리를 들었어. 검은 영혼들과 범죄로 가득한 밤이 메데인을, 나의 메데인을, 증오의 중심지이며 사탄이 지배하는 광활한 영토의 심장부를 차지하고 있었어. 어느 길 잃은 자동차가 순간적으로 내게 거리를 비추면서, 전조등으로 바로 내게 닥칠 미래를 밝혀 주었어. (P123)

메데인이나 콜롬비아에도 죄 없는 사람은 없어. 여기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 죄가 있고, 번식한다면 더 많은 죄가 있는 거야.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한 사람들을 만들고, 가난은 더 심한 가난을 만들어, 그리고 더 심한 가난이 있는 곳에 더 많은 살인자가 있고, 더 많은 살인자가 있는 곳에는 더 많은 사람이 죽어. 이것이 메데인의 법인데, 앞으로 전 지구를 지배하게 될 거야. (P125)


거칠고 난폭한 스페인 사람들, 교활한 원주민들, 불길한 흑인들, 그들을 교접의 도가니에 넣고 모두 섞으면, 이 모든 것이 교황의 축복과 더불어 어떤 폭발이 일어나는지 보게 될 거야. 속임수에 능하고 이기적이며, 시샘하고 게으르며, 역겹고 거짓말을 잘하며, 믿을 수 없고 도둑질을 일삼으며, 흉악하고 방화를 일삼는 인간쓰레기들이 나와. 그것이, 그러니까 문란한 난교의 결과가 바로 스페인의 작품이야. 그게 바로 그들이 금을 갖고 꺼지면서 우리에게 남겨준 거야. 그리고 성직자와 문인을 중시하는 정신, 즉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은 종이의 관료적 정신과 향을 중시하는 광신적인 정신도 남겨주었어. 반역자들과 독립을 꾀한 사람들, 군주를 배신한 인간들, 나중에 이 염병할 놈들 모두가 대통령이 되려고 생각했어. 개자식들. 볼리바르의 옥좌에 앉는 순간 그들은 엉덩이가 뜨거워져 지시를 내리고 돈을 훔치기 시작해. 그래서 청부 살인자들이 그런 후보 중의 하나를 비행기 안이나 연단에서 쓰러뜨리면, 내 마음은 너무나 행복해하면서 방울 소리를 내.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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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죄 없는 사람이 없어. 모두가 죄 많은 사람이야. 무지와 가난, 이런 걸 이해하려고 해야 하지만..... 그런데 이해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모든 게 나름대로 설명할 수 있고, 합리화할 수 있다면, 그렇게 우리는 범죄에 영합하게 되는 거야. 그럼 인권은? 인권은 무슨 인권. 그런 건 생각해 볼 가치도 없어! 그건 영합이며 방탕이고 방종이야. 자, 그럼 잘 생각해 보자고. 만일 여기 아래에 죄지은 사람들이 없다면, 그게 뭐지? 그건 범죄가 스스로 이루어진다는 게 아닐까? 범죄가 스스로 저질러지지 않고, 여기 아래에는 죄지은 사람이 없다면, 죄 있는 장본인은 저 위에 계신 분이야. 이런 범죄자들에게 자유 의지를 주신 무책임한 분이셔. 그런데 누가 그분을 벌주지? 당신이 벌주나? 이봐, 파르세로, 나한테 쓸데없는 거짓말 하지 마. 난 이제 그런 건 이해하고 싶지 않으니까. 내가 지금까지 경험했고 보았던 것으로 판단하건대, 당신이 멋지게 말하는 것처럼 ‘결국에는’ 내 마음에 상처를 입히며 끝나게 돼. 나한테 인권 따위는 입에 올리지도 마! 즉결 재판과 벽 앞에 세워 총살하기, 그리고 그 벽에서 쓰레기장으로 던지면 돼. 국가는 탄압하고 총을 쏘기 위해 있는 거야. 나머지는 국민 선동, 그게 민주주의야. 더는 말할 자유, 생각할 자유, 일할 자유,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면서 버스를 만원으로 가득 채우는 자유는 없어. 그건 모두 개소리야!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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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은 1990년대 초 콜롬비아의 메데인이다. 당시는 악명 놓은 파블로 에스코바르 가비리아(Pablo Escobar Gaviria)가 ‘메데인 카르텔’이라는 세계적인 마약 조직을 이끌면서 콜롬비아 정부에 테러 전쟁을 선포했던 시기였다. 바예호는 이 작품에서 마약 문제로 생긴 ‘청부 살인자’라는 새로운 사회 집단을 보여 준다.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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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바예호의 소설 <청부 살인자의 성모>는 제목부터 아주 중요한 두 주제를 드러낸다. 우선 ‘시카리오’라고 불리는 청부 살인자이다. 실제로 ‘시카리오’라는 말은 청부 살인자, 특히 마약 밀매 조직의 두목들이 고용한 젊은 살인자를 지칭한다. 즉 살인을 직업으로 삼으며, 경제적 보상을 대가로 살인하는 젊은이다. 그들의 범죄는 세상을 이해하는 일부가 되고, 그들의 행동 범위는 ‘직업’과 다른 이유로 살인하는 것도 포함한다.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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