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잘못 공부하는 방법 09편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라고 누가 그러더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행동을 한다는 건,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필수적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육이라는 측면에서도 이것은 당연히 적용되는 법칙이다.
가끔 교육심리학 관련 책을 들춰보곤 하는데, 어떤 책에서 "생물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여섯살 반 정도가 되면 95% 의 성장이 끝난다" 는 구절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실제로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관찰한 바로도 어느 정도 개인별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시점에 맞춰서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시작한다. 정규 학교교육과정의 시작이 뇌의 성장이 어느 정도 완료되는 이 시기와 맞아떨어지는 것이 우연은 아니겠지, 아마. 처음 그것을 정한 사람들도 과학적으로 증명은 할 수 없더라도 경험적으로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뭐, 이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리고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시기부터 아이들은 생활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습이라는 것을 시작한다. 외국어 학습으로 예를 들자면, 일상적인 회화는 학습을 통하지 않고 습득할 수 있지만, 전문적인 서적을 읽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학습을 통한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초등학교 졸업하는 시기까지 아이들은 평생 동안 자신을 이끌어줄 학습능력을 가다듬는다.
물론 이 시기의 학습능력이 좋다는 것은 시험성적을 잘 받아온다는 말이 아니다. 지금 말하는 학습능력은 말이나 글을 제대로 이해하고, 머리 속에서 사고를 진행시킬 수 있느냐 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초등학교 과정에서 이 학습능력의 기틀을 쌓아놓을 수 있느냐 가 평생의 학습을 좌우한다.
그리고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갖추어진 학습능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학습을 진행하게 된다. 될 성 싶은 나무는 뿌리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듯이 초등학교 때 머리가 좋은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서도 왠만하면 잘 한다.
사실 이 시기는 매우 재미있는 시기인데, 이 시기의 아이들은 학습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공부를 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왜 학습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동기가 없는 시기이니까. 그래서 많은 부모님들이 이 시기에 자신의 아이들을 공부시키기 위하여 참 많은 고생을 하신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 아이의 성장에서 아이 본인의 의지가 거의 반영되지 못 하는 것에 비해, 고등학교는 다르다. 어떤 아이라도 사춘기를 겪고 나면, 자기 스스로의 주도적인 성장을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정상적인 경우라면, 고등학교 시기에 자기 스스로의 노력과 맞물려 아이가 가장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 나 역시 중학교 때보다 고등학교 때 가장 큰 성장을 했으니까.
그런 이유로 영어나 수학 역시 가장 큰 성장폭을 보이는 것은 고등학교 때인데, 그것을 미리 끝내놓는 것이 좋겠다며 중학교 시절에 선행학습으로 가르쳐 봐야 대부분의 경우는 실패로 끝난다. 중학생에게 3년 후의 지식을 전달해 봐야 뇌가 받아들일 수 없는 지식들은 그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아니 들어왔다가 사라지면 그나마 다행인데 아예 안 들어온다. 애초에 선행학습에서 제대로 이해를 시키려고 하지 않으니까, 그냥 억지로 외우게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지.
그 과정에서 겪었던 부정적인 감정이나 심리상태, 그리고 그 이해 못 하는 내용들을 대하는 방식은 아이들 자신도 모르게 세뇌처럼 큰 습관을 형성하게 된다.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방식을.
이 방식이 뇌에 형성된 시점에서 공부는 끝이다. 이해 못 하는 것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뇌의 성장이 멈췄다는 말이니까. 그러면 그 이후의 공부는 그저 지식을 받아들이고 오래 머물게 만드는 것 밖에 할 수 없지 않을까. 즉, 남들이 해놓은 것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연습만 해왔던 뇌는 자기가 무언가를 새로이 만들어야 할 때, 매우 취약하다는 말이다. 뭐, 남들이 해놓은 것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능력도 이전 세대에서는 중요했겠지만, 앞으로의 시대에선 컴퓨터가 더 잘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제발,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