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잘못 공부하는 방법 08편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우화가 있다. 대충 내용이 뭐였더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 안에 황금이 가득 들어있을테니, 미리 배를 갈라서 지금 당장 황금을 차지하겠다 였던가. 보통 사람들은 이 우화를 듣고 참을성 없이 거위의 배를 가른 농부를 욕하면서 자신은 저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자기 아이들의 교육에서는 대부분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
이전 글에서 나는 머리가 매우 좋은 사람은 반복숙달과 선행학습으로 성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나는 선행학습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 아이가 충분한 능력이 되어서 현행학습에서 더 할 것이 없고, 선행학습을 해도 고민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선행학습을 안 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실제로 여기에 들어맞는 아이를 가르쳐 본 적이 있다.
초등학교 6학년에서 이제 막 중학교 1학년에 올라가는 시점이었는데, 이 아이는 머리가 정말 좋은 편이고, 성격이 자유롭게 톡톡 튀었다. 선행학습을 안 시키려고 해도, 이미 중학교 1학년 과정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심화문제까지 고민해서 척척 풀 수 있다면 어쩔 수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행학습을 시작했다. 대신 방법은 처음에 개념만 최소한으로 가르치고 문제 풀이는 대부분 직접 혼자서 풀게 하고, 채점도 맡겼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만 같이 토의해 가면서 설명했는데, 2학년 1학기 과정의 심화까지 다 나가도 내가 예상하는 선행학습의 문제점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그 아이의 어머님이 다른 아이들과 비교를 해보더니, "다른 학원 다니는 아이들은 중학교 선행학습을 모두 끝내고 고등학교 선행학습이 이미 들어가 버려서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너무 뒤쳐졌다" 고 말씀하시며 그쪽 학원으로 옮기셨다. 내가 뭐 어쩔 수 있는가. 그리고 1년 후에 다시 보내고 싶다며 상담을 하셨는데, "선생님이 우리 애가 수학에 굉장히 재능이 있다고 하셨는데, 거기 학원 가서 보니까 다른 애들에 비해 우리 애가 수학 잘못 한다" 고 말씀하셨다...
글쎄, 단순히 머리가 좋은 아이는 나도 참 많이 봤다. 위에서 말한 아이도 일단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은 아이에 들어가는데, 그에 더해서 수학을 공부하면서 심리적 거부감이 없고, 선행학습도 힘들다고 여기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아이가 얼마나 될까. 아마 그대로 수학을 스스로 공부했다면, 글쎄 그 결과는 나도 예상하지 못 했을 것 정도로 컸을 것 같다. 이런 재능을 가진 아이를 이미 몇년간 반복숙달과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과 문제풀이 경쟁을 시키는 것은,
권투시합에서 양손을 뒤로 묶은 채로 싸우는 것과 같다.
성격과 재능이 다르면 자기 아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싸우도록 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자기 아이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아이를 교육시키면 아이는 자신감만 더 떨어지고, 남과 비교하면서 있던 재능도 사라지게 된다. 뭐 어머님의 입장에서는 수학에 재능이 있다고 믿었던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뒤쳐졌다고 느꼈을테니 그 두려운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나는 이런 경우를 보통 이렇게 표현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너무 일찍 갈랐다
결론은, 충분히 수학적 재능이 있는 아이들조차 반복숙달과 선행학습을 시키면 그냥 평범하게 망가져 버린다. 기본적인 머리가 좋기 때문에 시험결과가 나쁘진 않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 아이가 원래 갖고 있던 역량의 반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 할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난 참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