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를 높일 것인가 야망을 낮출 것인가.
Self-esteem(자기 존중감, 이하 자존감)은 17세기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이 철학에서 사용했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심리학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1842~1910)가 심리학에서 처음 사용하였습니다.
현대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그는, 자존감을 한 가지 공식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즉, 자존감이란 성취의 경험을 야망으로 나눈 값이며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선 성취를 늘리거나 야망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은 높은 성취를 달성했더라도 야망이 그에 비해 크다면 자존감은 낮은 값으로 수렴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낮은 성취를 가지고 있지만 그에 비해 야망이 작다면 자존감은 높은 값으로 발산하지요. 물론, 야망이 크더라도 이를 압도하는 성취를 낼 수 있다면 그의 공식에 따라 자존감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압니다. 재화는 한정되었기에 성취에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의 야망엔 제한이 없기 때문이지요. 당연하겠지만 자존감을 단순한 공식으로 나타내기엔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주장한 자존감 공식은 우리에게 건강한 자존감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1) 야망을 줄인다
윌리엄 제임스는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부분은, 야망을 낮추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많은 성취를 달성하더라도 야망이 계속 커진다면 자존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성취 목표의 가짓수를 줄이는 것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지요.
2) 성취를 늘린다
하지만 성공 경험을 늘리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만약 우리의 욕망을 극한값으로 낮출 수 있다면 작은 성공의 경험으로도 높은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의미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영역과 그 정도는 다르지만) 자신이 몸담은 분야에서 적절한 성취를 달성하기를 원합니다.
3) 자존감은 가변적이다.
우리의 성취 경험과 야망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상황과 시간에 따라 가변적으로 변하지요. 즉 우리의 자존감은 고정되어 있는 값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가변적인 값이며, 어느 삶의 지점에서 자존감이 낮거나 높을 수 있지만 그것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성취를 높이는 것만큼이나 우리의 야망에 고삐를 채우는 일은 어렵습니다. 어떤 의미에선 더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머리로는 성취의 욕구를 내려놓는 것이 나의 자존감에 건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인 목표와 비현실적인 목표 그사이 언저리에서 나의 성취 목표를 설정하고 자존감을 갉아먹을 때가 자주 있습니다. 하지만 또 언제는 내 모습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며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지요. 그래서 저는 제 자존감이 가변적이라는 사실을 느끼곤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높은 야망으로 인해 스스로 설정한 성취 목표가 내게 너무 가혹하지는 않은지, 때로는 작은 성취를 위한 노력조차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끔 자신에게 사려 깊은 질문을 던져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해주고 다독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그렇게 이야기해 줄 수 없는 외로운 순간에는,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긍정해 줄 수 있는 사람(누군가에게는 책, 음악, 영상 등 다양할 수 있겠지요)을 옆에 두시길 권합니다. 이들을 통해 우리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은 우리를 조금 더 자유롭게 그리고 안녕하게 하리라 생각합니다.
요즈음 잠시 따뜻하게 찾아온 날씨처럼 우리의 삶이 안온하기를 바랍니다. (속상하지만) 다시 찾아올 혹한에 대비할 수 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