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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고 거대한 권위에 대한 도전

서문

by 김경섭

예술, 그 거룩하고 거대한 권위에 대한 도전


예술의 숭고함에 대해 찬양하고 그것의 아름다움에 황홀해하거나 그 안의 사유에 경탄하고 교양 지식수준과 예술적 감수성을 과시하는 목적의 책들은 이미 충분히 많이 있다. 그것들은 은연중에 예술신비주의와 예술숭배주의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면이 있다. 보이지 않는 사회적 계급과 그 속에서의 우월감과 열등감, 추종심 등을 형성해서 미술로 하여금 도에 넘치는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현대미술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의심과 불만 또한 잠복되어 있음을 느낀다. 허세와 기만으로 가득 찬 듯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미술은 사람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권위에 기대어 그것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는 부분이 있다.


분명히 먼저 말하지만 예술을 전부 부정하거나 그것을 완전히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일단 나 자신이 직업 예술가이고, 예술에 대한 날 선 비판은 곧 그 안의 나를 향하기도 한다. 나만 비판의 대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술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분명히 큰 가치가 있고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신성시되고 성역화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 예술은 종교보다도 더 높은 지위를 누리고 있다. 종교에 대한 다른 시각과 신랄한 비판은 많이 존재하지만, 예술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비판이 있다면 그것은 대부분 약자를 향할 뿐이고 강자를 향한 비판은 숨어서 궁시렁거리는 게 거의 전부이다.


미술은 사회적 존재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막강한 자본의 힘을 이용해 평범한 대중에게 좌절감과 복종심을 선물하고 부의 양극화를 더욱 극대화시키고 부채질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예술은 겉으로는 항상 다르게 보기와 새롭게 보기를 요구하지만, 속으로는 기존의 권위에 지배되고 함몰되어 새로운 목소리를 억압하는 모순과 이중성 또한 가지고 있다.


이 책은 현재 미술계를 장악하고 있는 패러다임과 주류적 목소리에는 위배된다. 하지만 어딘가에서는 항상 새롭게 보기와 다른 목소리를 분명히 갈구하고 있다고 본다. 불합리하고 억압적인 권위에 대한 소신 있는 비판과 새로운 목소리가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면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책의 구성과 목적


책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예술이란 무엇인가?, 진짜로 예술은 사기인가?”에 대한 이야기. 두 번째 보통 예술가의 실제 모습과, 예술가를 꿈꾸지만 냉정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 세 번째 이 세상에 태어나 머물다 가는 사람으로서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의 고민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


비중은 첫 부분이자 책 제목에 해당하는 내용이 전체 내용의 대략 70퍼센트를 이루고(종이책 기준 1, 2편), 나머지 두 개의 내용이 전체의 30퍼센트 정도(종이책 기준 3편)를 차지할 것 같다. (종이책 기준 총 3권, 브런치북 기준 총 15~20편)


원고를 쓰고 보니, 추리고 추려도 책 세 권 정도의 분량이 되어버렸다. 이 긴 이야기들을 독자들이 다 읽어주긴 어려울 테니, 출판사와 상의 하에 너무 좀 세고 깊은 이야기들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따라서 지금 이 한 권의 책에는 전체 내용의 3~40% 정도가 실릴 것이다. (이미 출간된 종이책 1권에 대한 설명이고, 지금 이 브런치북에는 종이책 1권의 1/5~1/6정도가 실립니다.)


이 한 권의 책이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2, 3권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냉정하게 평가해 달라. 물론 저자는 2권이 나오게 될 것임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예측은 항상 틀릴 수 있는 것이고 시장의 논리를 거역할 수 있는 힘이 내게는 없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본 후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가장 위험한 사람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보다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다.”라는 말은 한 가지 시각에만 매몰되어 자기 세계에 갇히는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주는 말이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은 때로는 어떤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독선의 길로 친절하게 인도하기도 한다.


반대로, 긴 역사의 시간 동안 이 넓은 세상의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책들과 서로 대척점에 있는 다양한 의견과 주장들 속에서, 한 사람의 세계일 뿐인 한 권의 책이 얼마나 대단한 진실을 답보할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치면 고전 명저가 된 위대한 저서들도 마찬가지의 한계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책이 불필요한 예술의 신비주의와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입장과 시각을 정립하는데 도움을 주고,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조금의 영감이라도 줄 수 있다면 이 책의 역할과 의미는 있을 것이고 저자로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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