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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서는, 발 연기 배우도 명배우가 될 수 있다

by 김경섭

예를 들어서, ‘발 연기’를 차별화 컨셉으로 하는 연기자가 있다고 치자. 실제 그런 예가 있었다. 아이돌 출신이 정극 연기를 한 경우였는데 연기가 매우 부자연스럽고 로봇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코믹하고 끌어들이는 맛이 있었다. ‘병맛’ 기호 비슷한 것인데, 사람들은 그에게 정통적인 기준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요구하지 않았고 그의 어설프고 특색 있는 연기를 좋아했고 따라 하며 환호했다.


인기가 지속성 있게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런 인기가 더 높아지고 오래갔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모은 인기를 바탕으로 톱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고 가정을 해보자.


미술에서 장 뒤뷔페나 키스 해링, 바스키아 등을 그런 경우에 빗댈 수 있다.

장 뒤뷔페


42.키스 해링.png 키스 해링


43.바스키아.jpg 바스키아



현대미술의 제왕인 피카소나 앤디 워홀 또한 그런 경우라고 봐도 무방하다. 미술은 기존의 관습과 방식을 타파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기에, 그런 식의 발 연기 배우들이 인기를 얻고 대가가 되는 것이다.

44.피카소.jpg 피카소


45.앤디 워홀.jpg 앤디 워홀



그런데 그 맥락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 배우의 연기를 보고 연기가 형편없는데 왜 이렇게 유명하고 출연료가 높냐고 불평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벌거벗은 임금님’인 거 같은데 사람들이 옷이 너무 멋지다고 칭송한다며 사람들의 위선과 가식을 비난하는 것이다.


그것은 안타깝게도 번지수를 잘못짚은 것이다. 전체 맥락을 모르니 하는 실수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말이 전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발 연기 배우를 좋아한다는 사람들 모두가 다 그 맥락을 알고 진짜 팬으로서 즐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 배우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분위기를 보고 군중 속에서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 임금님 옷이 멋있다는 식으로 좋아하는 척 묻어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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