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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예술이야? 이런 건 나도 할 수 있겠다"고?

by 김경섭

미술과 허무개그


똑같은 허무개그를 보고 어떤 이들은 재미없다고 투덜거리며 거부하고, 어떤 이들은 박장대소를 하고 환호한다. 또 어떤 이들은 사람들이 웃는 이유를 모르면서도 일단 함께 웃는 게 더 나을 것 같으니까 억지로 웃음을 연기한다.


그런데 어떤 허무개그의 가격표는 정말 놀랍다. 반대론자들은 바싹 약이 오르는데 복수를 할 수가 없는 패배자처럼 더욱 분노가 끓을 것이다. 찬성론자들도 “근데 이 정도까지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고 계면쩍어하면서도, 시장의 논리와 결과는 받아들이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처음에 받아들이는 것이 조금 어려울 뿐이지, 일단 받아들이고 나면 그 후로는 아무런 불만도 없고 충분히 더 이해가 가고 확신이 생기는 단계로 간다. 원래 모든 것이 처음이 어려울 뿐이다.


허무개그 대가들의 얼굴에서 보이는 엄숙함과 무오류성은 반대론자들에게 조롱과 구토의 대상이겠지만, 찬성론자들에게는 근엄과 권위의 대상이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그 정도의 당당함은 있어야 성공하지 않겠나?


이런 건 나도 할 수 있겠다


“이런 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위대하다는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보고 그런 생각 다들 한 번쯤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맞다. 그런 정도의 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작업을 가지고 위대하다고 인정받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그 지점이 바로 그가 위대한 이유이다.


르네상스, 근대 미술을 한참 지나 현대에 와서는 ‘위대한 작품’이라는 것이 보통 사람들은 할 수가 없는 신기의 기술을 보여주는 그런 것이 더 이상 아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그저 가장 먼저 깃발을 꽂을 뿐인 일을, 화려한 논리를 동원해 대단한 것으로 만드는 그 능력에 위대함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그 대수롭지도 않아 보이는 일을 결국 대수롭게 만드는 일. 그것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것을 말장난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깨달음과 지적인 사유로 볼 것인가? 보는 사람 나름이고, 세상이 예술이 그러한 것 아닌가?


반대로 너무나 놀랍고 대단해 보이는 작품인데, 작가가 전혀 유명한 작가가 아니고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없었던 적은 없는가? 그런 경우도 찾아보면 굉장히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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