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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왜 대단한 것인가?

여러 성공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by 김경섭

이 작품은 왜 대단한 것인가?


위대한 현대미술 작품을 보고 대체 이것이 왜 위대하냐고 하는 질문을 자주 접할 수가 있다. 르네상스 시대 대가들의 작품을 보고 이들이 왜 천재냐고 이것이 왜 위대한 작품이냐고 묻는 사람은 없다. 그냥 그런 질문이 생기기 전에 모두가 공감하고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잭슨 폴록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 재스퍼 존스 등의 작품을 보고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많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고 그것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3. 잭슨폴록.jpg 잭슨 폴록(1912~1956)


5로이 리히텐슈타인.jpg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


6 재스퍼 존스-.jpg 재스퍼 존스(1930~)


교육과 지식이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아는 것과 교육과 지식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과거에는 예술이라는 것이 기술의 의미에 국한됐었다. 예술가는 과거에는 그냥 기술자였는데, 철학과 의미를 담아내는 신비스러운 멋이 풍기는 예술가의 지위를 획득한 것은 르네상스 이후로도 한참 더 지나서 18세기 이후부터이다. 추상 미술이 등장하고 철학이 미술의 주도권을 가져간 것은 그 이후로도 또 한참이 지나서 근대가 지나가버린 시점부터이다.


과거에는 추상미술도 없었고 작품에 심오한 철학 같은 것도 없었다. 고대 시대에 미술은 주술적인 목적과 열망에 부응하는 도구였을 뿐이고, 중세 이후로는 그림을 통한 정보의 전달과 종교적 목적의 성취 그로 인한 아우라의 형성 그리고 기술의 뽐내기 등이 있었을 뿐이다. 작품에 이야기와 메타포 정도까지는 있었지만, 현대미술처럼 꼬아서 숨겨놓은 철학 같은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고대미술2.jpg 고대 미술(구석기시대 동굴 벽화)


고대미술3.jpg 고대 미술(빌렌도르프의 비너스_B.C 25,000)


중세미술1.jpg 중세 미술(지오토 디 본도네_그리스도의 죽음을 슬퍼함_1305)


중세미술2 미켈란젤로 피에타.jpg 중세 미술(미켈란젤로_피에타_1499)



그런데 그 작품이 왜 위대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말은 과거의 기준으로 그 작품을 이해하려 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수준과 정교함 말이다. 그것은 배우지 않아도 가장 기초적이고 본능적인 것으로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현대미술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로 분화되었고 복잡해졌다.


현대에는 왜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천재는 나오지 않을까? 하고 궁금해할 수 있다. 그런 천재들이 현대에 환생한다면 지금 시대에 맞춘 다른 유형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다비드>, <피에타> 상이나 <천지창조> 천장화 또는 <모나리자>나 <최후의 만찬> 벽화보다 더 정교하고 놀랍게 만들고 그려낸다고 해도 그것들은 지금에 와서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지나가버린 시대의 가치인 것이다. 그런 기술을 가진 사람이 지금은 안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기술로 만들어내는 작품이 지금 시대에 와서는 의미와 가치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안 만드는 것이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_다비드_1504


c. 천지창조.jpg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_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중 일부_1512


d. 모나리자.jpg 레오나르도 다빈치_모나리자_1503


e. 최후의-만찬.jpg 레오나르도 다빈치_최후의 만찬_1498


작품이라는 것은 시대와 함께 패키지로 묶어서 감상하는 것이다. 그냥 아무런 예술적 목적하고 상관이 없는 사진이라도 일단 몇십 년쯤 지나면 묘한 신비감과 느낌이 배는 것처럼, 몇백 년 전의 것이라 하면 일단 시간의 아우라가 형성된다.


그리고 지금 같은 자료와 기술들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그것들에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때였으니까 그때의 기준에 따라 만들어져 인정받고 가치를 획득하고 지금까지 각광을 받는 것이지, 지금 더 뛰어나게 그런 것들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가치를 형성시키기는 힘들다.

그것을 아니까 현대의 예술가들이 이상한 작업들을 하고 새로움이라는 가치에 목을 매는 것이다.


사실 나에게 시간과 공간과 재료와 여건이 허락된다면 로댕이나 베르니니만큼 (까지는 아니고 그 근처 정도까지는…) 인체 상들을 만들어낼 자신이 있다. 인체 조각에 자신이 있는 조각가들은 그 정도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 많다. 그와 동시에 지금 만들어봐야 별 가치를 생성시키기 힘들다는 것도 안다. 만들어봐야 공간만 차지하는 처치 곤란 애물단지가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지금의 기준은 다른 것을 원한다.


칼레의 시민들.jpg 로댕_칼레의 시민들_1889


베르니니.jpg 잔 로렌초 베르니니_페르세포네의 납치_1622


여러 성공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여러 유형과 여러 예의 성공이 있고 그 이유는 제각각이고 여러 가지이다. 공부를 잘해서 성공할 수도 있고 운동을 잘해서 성공할 수도 있고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을 보통 좁은 범위의 ‘실력’이라고 한다.


수려한 외모를 타고나 그것으로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 타고난 입담과 재치로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 잘 만나 이미 성공한 상태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운이 좋아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관계와 사교성이 좋아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 기죽지 않는 담대함과 타고난 뻔뻔함으로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감한 판단력과 결단력으로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여하튼 성공을 하는 원인들은 그렇게 여러 가지가 있고, 그 요인들 중 하나 혹은 몇 개의 조합만으로도 성공을 할 수가 있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현대미술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성공한 작가는, 작품이 매우 아름답거나 내용에 깊이가 있어서일 수도 있고, 파격성이 있거나 참신하고 독창적 이어 서일 수도 있다. 작가가 말을 잘하거나 좋은 네트워크에 속해 있어서일 수도 있다. 영업능력이 좋고 기죽지 않고 계속 덤비고 사교성이 좋아서일 수도 있고, 돈이 많아서 이것저것 다 투자하고 홍보를 매머드 하게 할 수 있어서일 수도 있고, 운이 좋아서일 수도 있다.


그것들의 총합이 실력이다. 그리고 성공한 작가에게는 논리와 서사가 부여된다. 논리와 서사가 있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작가에게 논리와 서사가 부여되는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성공하는 이유가 물밑에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듯이,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기존에 알고 있던 한 가지의 기준으로 그것을 판단하려고 하니 그렇게 질문이 던져지는 것이다. 이미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이유에서 여타 다른 종합적인 이유로 넘어왔고 그것을 모르는 것이 아닌데도, 다듬어지고 길들여지지 않은 순수한 기대와 미련 때문인지 왜 이것이 위대한 작품이냐고 묻게 되는 것이다.


사실 나도 이렇게 잘난 척 설명을 하고 있어도 어느 순간 또 어떤 위대하다는 작품을 만나면 나도 똑같이 그러고 있다. “근데 도대체 왜 이게 위대하다는 것이야?” 알면서도 물어보는 것은 정말로 궁금해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는 대충 알겠는데, 그냥 왠지 모를 불만과 주입되거나 날름 받아먹기는 싫은 자존심이나 그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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