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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바르샤바

폭풍과 낭만의 도시

by project A

*본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감상을 담고 있습니다.


폭풍의 도시


이틀간의 바르샤바는 종일 흐리고 수시로 비바람이 쳤다. 잠잠하다가도 스콜마냥 엄청난 양의 비와 우산을 반으로 접어버릴 만큼_정말 그랬다_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게다가 날씨는 얼마나 급작스럽게 추워지던지. 입을 수 있는 만큼 껴 입고 길을 나서면 카메라를 꺼내 들기 무섭게 흩날리기 시작하는 비에 급하게 가방에 넣어야 했고, 열심히 어딘가로 향하던 중 쏟아지는 비에 걸음을 멈추고 건물의 처마 아래로 숨어야 하기도 했다.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를 반복하며 정신없이 걷다 보니 도시를 한 바퀴 빙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게 됐고, 여유로운 관광 같은 건 꿈도 못 꾼 채 바람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사람들의 우산이 뒤집히는 건 예사요, 무거운 나무 입간판조차 바람에 뒤집히던 폭풍의 도시. 당시에는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며 우는소리가 절로 나올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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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도시, 바르샤바. 흐린 날씨마저도 낭만적이다.




낭만의 도시


하지만 바르샤바는 그 폭풍 같은 날씨 속에서도 여전히 낭만적이었다.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은 곳들_나치에 맞선 역사를 담은 봉기 박물관이라던지 대학교라던지_을 주로 방문했는데도 말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저 흐린 날씨에도 아름다웠던 오래된 건물들과 도시 특유의 초겨울 같은 분위기 때문이었을 지도. 아니면 아날로그 식으로 보내게 된 하루 때문인가. 어쩌면 둘 다일지도. 도시를 떠나는 날에야 맑게 개인 하늘 아래서 보게 된 도시는 발랄하고 활기차 보였지만 전날까지 보였던 낭만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고, 데이터가 빵빵 터지는 신시가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비바람을 피해 들어간 코스타 커피_와이파이도, 데이터도 잘 터지지 않던_에서 밀린 일기를 쓰며 바라본 바르샤바는 낭만 그 자체였다. 바르샤바에서 낭만을 느낄 수 있었던 건, 결국 날씨 덕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글을 쓰는 이제야 든다. 초겨울 같던 도시, 폭풍과 낭만의 도시, 바르샤바. 어쩌면 운 좋게 발견한 도시의 면모일 수도 있겠다.


20190930-2.jpg 도심으로 걸어가는 길에 발견한 거대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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