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欲登高去 굳이 높은 곳에 올라보려 하지만
無人送酒來 술을 보내주는 이 없구나
遙憐故園菊 멀리서 안타까워하나니, 고향의 국화는
應傍戰場開 분명 싸움터 곁에 피었으리
잠삼(岑參)의「행군구일사장안고원(行軍九日思長安故園, 군영에서 9월 9일에 고향 장안을 생각하다)」이다. 9월 9일 중양절엔 액맥이 행사로 높은 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는 풍습이 있다. 시인은 전쟁터에서 중양절을 맞아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나아가 나라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3, 4구 전장의 흙먼지 속에 쓸쓸히 피어있을 국화로 나라 상황과 우국의 마음을 담아낸 표현이 절묘하다.
결국 비슷한 의미이긴 하지만, 약간 색다른 시각으로 이 시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일상의 소중함과 간절함을 담은 시로. 전쟁은 일상을 전도(轉倒)시키는 사태이다. 1, 2구는 이런 일상의 전도 사태를 그린 것이다. 평시 같았으면 고향 땅에서 자연스럽게 높은 산에 올라 국화주를 즐겼을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정반대의 상황을 맞고 있다. 굳이 높은 산에 오르려 하고, 국화주를 마시고 싶으나 마실 길이 없다. 전쟁으로 일상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개인에게 그치는 것이 아니고 고향, 나아가 나라 전체가 그러하다. 3, 4구는 이런 상황을 그린 것이다. 평시 같았으면 많은 이들이 소담스럽게 피어난 국화를 감상했을 텐데, 국화는 전쟁터 흙먼지 속에 쓸쓸히 피어 있고 아무도 국화를 돌아보지 않는다. 아니, 돌아볼 이도 돌아볼 여유도 없다. 전쟁으로 일상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목하 탄핵 정국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체감하고 있다. 이런 소중함을 찬탈한 이들에게 왜 죄를 물어야 하는지 너무도 자명한 것 같다.
*시 번역과 일반적인 해석은 임창순의 『당시정해』에서 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