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슬프고, 목적 없는 나그네 길이다.
오늘 일주일을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주말에 열심히 걷고 쉬어서 에너지를 충전한다고는 했는데 오늘 결론 없는 기나긴 회의를 마치고 저녁도 못 먹고 집에 돌아오니 기력이 달린다. 아내가 챙겨준 누룽지를 먹고, 집에 오는 길에 떨이로 팔아서 사 온 딸기를 먹었다. 뭘 좀 먹으니 식욕이 돋고, 기력이 좀 생겨서 집에 있는 빵도 먹고, 어제 사 왔으나 남겨진 호떡을 먹었다. 영혼이 털린 때에는 먹는 것만큼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는 것도 없다.
예전에는 이런 상황이 되면 몸도 마음도 힘이 빠지고 꽤나 힘들어했을 텐데, 요즘은 그렇게까지는 아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보다 사람들이 나에게 못 되게 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여도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 나와 맞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도 예의를 갖추며 잘 지내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된 계기는 인생의 기본값(디폴트값_PC나 노트북에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는 값)이 무엇인지 알게 된 때부터인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세상으로 내던져진 존재이므로 목적이나 목표가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었다. 집에 같이 사는 반려묘에게 묘생의 목표가 없는 것처럼, 우리 사람들도 그저 살 때까지 살다가 죽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특별히 근사한 목표나 목적이 굳이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만약에 대통령이 되겠다는 목표가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서울대 입학 혹은 법조인이 목표인 사람이 서울대에 입학하고, 법조인이 됐다면 또한 어떤가? 대통령이 되지 못해도, 서울대에 입학하고 법조인이 된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여도, 혹은 목표를 이루어도 삶은 계속되는 것이다. 건물주가 되지 못해도, 행복하게 살지 못해도, 그럴싸한 무언가가 되지 못하여도 우리는 주어진 삶을 최대한 살아야 한다. 가급적이면 덜 불행하게, 덜 우울하게 살면 더 좋을 것이다.
인생의 세 번째 기본값은 우리는 모두 나그네라는 사실이다. 삼성가에 태어난 이재용(반말 죄송^^;)도, 억수로 돈이 많은 만수르도, 최고의 권좌에 있는 대통령도 그 자리는 영원하지 않다. 빈 몸으로 세상에 왔듯이, 갈 때에도 빈 몸으로 간다. 10원짜리 하나도 저승길에 가져갈 수 없다. 아무리 큰 대저택이나 궁궐도 자신이 죽으면 더 이상 자기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 영원히 살 것처럼 너무 욕심부리며 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기를 위해서, 자기 자식을 위해서도 가급적이면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사는 것이 좋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이 재미없고 심심한 삶에서 뜻밖의 행운(Serendipity)을 만나시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