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認定; 확실히 그렇다고 여김
참 오랜만에 브런치스토리에 들어왔다. 5월 11일에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이후 지난달에는 브런치 글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 나름의 핑계를 대자면 그 사이에 몽골에도 다녀왔고, 50킬로 트래킹도 다녀왔다. 그럼에도 새로운 글이 하나도 없었던 지난달에 조회수가 467회나 되었고 구독자도 58명으로 늘었다. 왠지 작가로서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그 사이에 페이스북에는 4~5일 간격으로 꾸준히 글을 올렸다. 시시콜콜한 내 일상을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해 글을 쓴다고 하지만, '좋아요'를 몇 개를 받고, 댓글을 몇 명이 다는지도 틈틈이 확인하였다. '좋아요'를 100개 이상 많이 받으면 '그럼 그렇지' 하며 어깨가 으쓱해지고, 야심 차게 올린 글에 '좋아요' 수가 적으면 괜히 의기소침해져서 한동안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지 않게 된다. 40~50대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좋아요'를 받으려고 애를 쓰고, 10~30대는 인스타그램에 멋진 사진을 올려서 기를 쓰고 '좋아요'를 받으려고 한다.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면 모르지만, SNS를 하는 사람 중에 '좋아요'에 초연한 사람은 아마도 없을 을 것이다.
왜 우리는 이토록 타인의 인정에 갈망하는가.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인의 인정에 그만큼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면 만족감과 행복을 느낀다. 크게 인정을 받으면 삶의 희열이 느껴지기도 한다. 왜 많은 사람들은 노벨상을 받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가. 노벨상은 전 세계적으로 그 분야에서 가장 큰 업적을 이루었다고 모두가 인정해 주는 상이기 때문이다. 왜 좋은 대학에 가려 하고, 좋은 성적 혹은 평가를 받으려고 하는가. 그래야 많은 이들로부터 뛰어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러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로부터 자신을 부정당하여 스스로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안타깝지만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단 1명도 도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라고 한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벌인 범죄자는 자신의 범죄동기를 여성으로부터 자신을 비하하는 발언을 들어서라고 진술하였다고 한다. 지하철 빌런(지하철에서 온갖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자기 존재를 부정당하거나 모욕을 당한 경우가 굉장히 많다.
나의 존재, 나의 가치를 인정받으면 기쁨과 행복, 삶의 희열을 느끼게 되고, 반대로 내 존재가 부정당하면 동굴로 들어가거나 죽도록 싸워 존재를 인정받으려 하거나, 혹은 타인에게 그 화를 분출하여 해를 가하기도 한다. 우리네 삶은 어찌 보면 인정투쟁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인정욕구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작년부터 베스트셀러인 철학자의 책이 있었다. 그 책은 누군가와 애써 같이 있으려고 하지 말고 혼자 고독함을 즐기는 것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아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인정욕구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면 홀로의 삶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30~40년 이상 홀로 수도승의 길을 걷는 고승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 혼자인 삶을 선택해서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솔로 라이프를 선택했다고 하며 자기 혼자의 삶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 자기 삶을 유튜브에 올리는 것 자체가 홀로 지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거니와 유튜브에 올려 자신의 삶을 인정받는 것이 그 사람의 큰 행복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 괴롭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누군가로부터의 인정에 목말라있다. 그런 점에서 혼자가 되라는 철학자의 얘기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정작 본인도 책을 쓴 이유는 바로 인정받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얼굴을 본 직원 분에게 안부를 물었다. 어쩌면 인사치레일 수도 있었는데 그 직원 분은 매우 고마워하였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어떠한 인간관계에서도 인정을 받으면 관계가 좋아지고 인정을 못 받으면 관계가 안 좋아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당연한 것을 자존심 때문에, 자기가 받은 상처 때문에, 미움 때문에 모른 척하거나 선택지로 고려하지 않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서로 인정받고, 또 인정해 주는 관계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우리 사회는 마음 따뜻한 사회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