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자, 한국 여자
여든이 넘은 시부모님은 여행을 좋아한다. 젊었을 때는 캠핑카를 빌려 두 달 동안 뉴질랜드를 누비거나, 캐나다를 일주하기도 했다. 산과 호수가 바라보이는 캠핑카 앞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구비 구비 이어진 고속도로 끝 자락의 산맥의 사진들은 빛이 바랬지만 혈기 왕성했던 그 시절의 모험심 가득한 눈 빛의 두 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여행의 방식도 조금씩 달라졌다. 예전처럼 장거리 이동과 빡빡한 일정 대신, 그리스 크레타 섬이나 스페인의 란사로테 섬처럼 한 곳에 머무는 방식을 택하셨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발맞추기보다, 익숙한 호텔에서 3주간 머물며 일상의 속도를 늦추는 쪽을 선택하신 것이다. 그곳의 호텔 직원들은 이 노부부를 기억했고, 가끔 무료 룸 업그레이드나 특별한 서비스를 선물하기도 했다. 8년 이상 같은 곳을 해마다 찾아감으로써 낯선 여행지는 어느새 그들의 또 다른 집이 되어 있었다.
나에게 휴가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낯선 풍경을 경험하며 자신을 확장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부모님의 여행 방식은 다소 낯설었다.
“삼 주 동안 밥을 안 해도 되잖니?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고, 그림도 그리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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