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에 도전한 자격증 시험

피부 관리 시험 길에 오르다

by 느리미


30대가 끝나는 무렵, 피부관리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평소 너무 좋아해 오던 아로마 오일로 나와 가족의 피부 건강을 챙겨 왔던 나는,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아서 국가자격증 시험을 준비했다.

필기와 실기, 두 번의 시험을 합격해야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필기를 너무 우습게 보고 시험 준비를 제대로 안 한 채 시험장에 갔다.


'훑어본 예상 문제 200개 안에서 많이 나오지 않겠어? 60점 이상만 나오면 합격이라니 무조건 난 될 거야.'

착각의 늪에 빠진 채 시험을 치르고 그 자리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순식간이었다. 세상을 쉽게 보고 미래를 꿈꾼 내 실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누구인지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피부를 어느 정도 알아야 관리를 하지."라는 당연한 메아리가 내 안에서 울려 퍼졌다. 필기시험 책을 펴고 씹어 먹을 기세를 올렸다. 얼마 후 두 번째에 응시한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다음은 실기였다. 대형 여행용 캐리어에 눌러 담은 엄청난 준비물을 챙겨 시험장에 갔다. 준비물을 가지런히 셋팅하고 약 2시간 30분 동안 여러 가지 시술들을 펼쳐야 하는데, 정해진 순서대로 깔끔하고 노련하게 진행되어야 했다. 전날에 거의 한숨도 못 자고 시험에 임한 나는 놀라울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말똥말똥 각성 상태였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험에서 떨어지면 또 이 엄청난 준비물들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재시험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반드시 붙어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내 인생에 재시험은 없다.'

시험장은 풋풋한 학생들과 젊은 여성들로 붐비고 있었다.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은 드물었다. 다른 사람 신경 쓸 겨를이 어딨나, 나는 오직 나 자신에게 집중했다. 그동안 갈고닦았던 대로 순서를 기억하면서 착착 진행했다.


중간에 조금 당황한 일도 있었지만, 당황한 기색을 심사위원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노련한 태도로 넘겨 버리면서 크고 작은 산을 하나하나 넘었다. 내 인생에서 내 모든 영혼을 그토록 끌어모은 적이 있던가 싶은 시간이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 듯했다. 다른 수험자들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바디 관리 순서에 돌입했을 때, 옆자리에서 관리하는 수험생의 힙이 좌우로 바삐 흔들리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내 힙도 그랬을까.

시험이 종료되기 전 바로 옆에 서 있던 심사위원의 표정을 살폈다. 아까 다리 관리를 할 때 나를 매우 유심히 봤던 터라, 혹시 합격했다는 눈짓을 내게 보내지 않을까 싶었지만 무심한 표정뿐이었다. 짧지만 파란만장했던 시험은 그렇게 끝이 났다.

나의 각성되었던 몸은 좀처럼 풀어질 기미가 안 보였다. 괜찮을 것 같아서 차를 몰고 집으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탔다. 고속으로 달리는 차 안은 백색 소음으로 가득했다. 갑자기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아직 집까지 한 시간 남았는데…'

이대로 운전을 하는 건 무리였다. 마침 졸음 쉼터 표지판이 보였다. 여지없이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차를 세우고 곯아떨어져 버렸다. 일어나 보니 깊은 밤중이었다. 한 다섯 시간을 푹 자고 일어난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집으로 향했다.


한 달 후, 산업인력공단에서 알림이 왔다. 열어 보니 '합격'이라는 단어가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재시험 안 봐도 된다.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