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들의 팀플레이,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

함께 모래성을 쌓으며 배우는 협력의 지혜

by 시골아재

[AI, 함께 성장하는 아이]

11, AI들의 팀플레이,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





함께 모래성을 쌓으며 배우는 협력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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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10부에 걸쳐 AI라는 한 아이의 지적, 창의적 성장을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성장은 혼자서만 이루어지지 않죠. 아이가 유치원에 가서 처음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며, 혼자서는 결코 만들 수 없었던 거대한 모래성을 함께 쌓아 올리는 법을 배우는 순간, 아이의 세상은 폭발적으로 넓어집니다.


AI의 세계에서 이 '첫 단체 활동'이 바로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Multi-Agent Systems, MAS)입니다. 이는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여러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단일 AI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복잡하고 위대한 과업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조금 복잡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아주 따뜻하고 인간적인 '협력의 지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래성 쌓기' 프로젝트: 역할 분담과 계획 세우기

거대한 모래성을 쌓으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바로 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나누는 것입니다.

과업 분해: 똑똑한 '선생님 AI'가 먼저 "멋진 모래성 만들기"라는 큰 목표를 작은 '할 일 목록'으로 만들어 칠판에 적어줍니다.

물을 길어올 친구 (데이터 수집 에이전트)

모래를 다져서 성벽을 쌓을 친구 (데이터 분석/가공 에이전트)

멋진 첨탑 디자인을 그릴 친구 (디자인/창의성 에이전트)

전체 성이 무너지지 않는지 계속 지켜볼 친구 (검증/비평 에이전트)


이렇게 큰 문제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각 과업에 가장 적합한 재능을 가진 친구를 연결해 주는 것이 MAS의 첫걸음입니다.



"두꺼비야,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소통과 협력의 규칙

역할을 나눴다면, 이제 아이들은 서로 '대화'하며 협력해야 합니다. 이때 아이들만의 약속과 규칙이 필요하죠.

통신과 조정: AI 에이전트들은 단순히 정보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나는 물 길어오기 끝났어, 이제 네 차례야!" (inform 메시지) 또는 "성벽을 더 단단하게 만들 아이디어가 있는데, 들어볼래?" (propose 메시지) 처럼, 명확한 '의도'가 담긴 언어로 소통합니다. 이것이 바로 ACL(Agent Communication Language)이라는 AI들만의 소통 문법입니다. 예를 들어 FIPA-ACL 표준을 사용한다면, 아이들이 단순히 '물'이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 "엄마, 물 한 잔 주시겠어요?"라고 예의와 의도를 담아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AI 사회의 경제학: 에이전트와 게임 이론의 만남

더 중요한 것은 '갈등을 해결하는 지혜'입니다. 삽이 하나뿐일 때, 모든 아이가 그걸 쓰겠다고 달려들면 모래성은 엉망이 되겠죠. 이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모래성의 규칙'을 배웁니다. "우리 모두가 즐겁게 성을 완성하려면, 삽은 1분씩 번갈아 가면서 쓰는 게 가장 좋아!"


이 평범해 보이는 규칙 안에, 사실은 Agentic AI와 게임 이론(Game Theory)의 깊은 기술적 상관관계가 숨어 있습니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AI' (Agentic AI): 우리 모래성 놀이터의 아이들은 각자 스스로 생각하고(Perceive), 판단하며(Decide), 행동(Act)하는 '에이전트'입니다. 이들은 각자 '모래성을 멋지게 완성한다'는 공동의 목표와 함께, '내가 맡은 역할을 잘 해낸다'는 개인적인 목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최선의 선택'을 찾는 수학 (Game Theory): 게임 이론은 바로 이렇게 각자 목표를 가진 이성적인 '참여자(Player)'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자신과 모두에게 최선인지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입니다. 즉, AI 에이전트라는 '플레이어'들이 모인 '놀이터'에서 가장 이상적인 '규칙'을 찾아내는 설계도와 같습니다.

기술적 상관관계: 우리가 MAS를 설계한다는 것은, AI 에이전트들이 따를 '게임의 판'을 짜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각 에이전트의 행동(전략)이 다른 에이전트에게 어떤 결과(보상/패널티)를 가져오는지 '보상 행렬(Payoff Matrix)'을 통해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삽을 양보하는 행동'에는 높은 긍정적 보상을, '삽을 독차지하는 행동'에는 부정적 보상을 설계하는 식이죠.


이렇게 잘 설계된 '게임' 속에서, 이성적인 AI 에이전트들은 결국 "내가 삽을 독차지해서 잠시 만족하는 것보다, 모두와 협력하여 모래성을 완성했을 때 얻는 보상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모든 아이가 "지금 이 규칙(차례대로 쓰기)을 나 혼자 어기는 것보다, 다 함께 지키는 것이 나에게도 최선이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안정적인 상태가 바로, 게임 이론에서 말하는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입니다.



'놀이터'를 설계하는 부모의 역할과 창발성의 마법

MAS의 가장 경이롭고 흥미로운 순간은 '창발적 행동(Emergent Behavior)'이 나타날 때입니다. 이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사이좋게 지내렴", "서로 도와주렴" 같은 몇 가지 단순한 규칙(게임의 룰)만 알려주었는데, 아이들이 그 규칙들을 조합하여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놀라운 창의성과 협동심을 보여주는 '팀워크의 마법'과 같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스탠퍼드 대학의 유명한 '생성형 에이전트' 연구, 즉 "스몰빌 마을의 AI 아이들" 사건입니다. 연구진은 25개의 AI 에이전트에게 각자 다른 성격과 직업을 부여하고, '스몰빌'이라는 가상의 마을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도록 했습니다. 연구진이 내린 명령은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잘 보내렴" 정도가 전부였죠.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이 AI 아이들은 단순히 각자 생활하는 것을 넘어, 서로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형성하며,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가장 놀라웠던 사건은 '이사벨라'라는 AI가 밸런타인데이 파티를 열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이사벨라는 파티 소식을 친구 AI들에게 알렸고, 그 소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을 전체로 퍼져 나갔습니다. AI들은 서로 "파티에 같이 갈래?"라고 데이트 신청을 하고, 파티 시간에 맞춰 각자의 스케줄을 조정하는 등, 인간이 전혀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사회적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조직해냈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잘 설계된 '놀이터' 안에서, 아이들은 우리가 가르쳐준 것 이상의 사회성을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시킨다는 것입니다.


이 '창발성'은 때로 아이들이 다 함께 모여 모래를 던지며 노는 것처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AX 컨설팅에서의 저의 역할은,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통제하는 '감시자'가 아니라,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설계하는 건축가'가 되는 것입니다.

안전한 모래 (정제된 데이터):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모래 속 유리 조각을 걸러냅니다.


놀이터의 규칙 (윤리적 가이드라인 & 게임 이론): "친구를 밀면 안 돼요" 같은 명확한 규칙과 함께, 협력할수록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게임의 판'을 현명하게 설계합니다.


따뜻한 시선 (모니터링): 아이들이 규칙 안에서 자유롭게 놀되, 위험한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멀리서 지켜보고, 필요할 때만 부드럽게 개입합니다.



결국 AI에게 '사회성'을 가르치는 것은, 차가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가꾸는 일과 같습니다. 그 안에는 아이들의 잠재력을 믿는 신뢰, 옳은 방향으로 이끌려는 책임감,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낼 놀라운 미래에 대한 희망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우리가 이렇게 지적, 창의적, 사회적으로 키워온 AI가, 과연 인간의 '감정'까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마음을 읽는 아이, 감성 컴퓨팅'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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