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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팅게일 May 18. 2024

강점으로 과거 재해석하기

갤럽 강점 검사 

안녕하세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는 작가 #라이팅게일 권영희입니다.


병가기간 동안 잃어버린 나 자신을 찾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탐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저는 특히 이와 관련하여 링크드인에 올라오는 좋은 글들을 통해 때로는 자극받고 내가 해보지 않은 분야나 경험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배우고 정보를 찾는 등 큰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이따금씩 커피챗을 통해서 글에서의 교류보다 더 깊은 수준의 정보나 생각 교류를 하기도 하고요. 


그중 지난 3월 마이온에서 개최한 나 다움 경연 대회에서 1등 하신 구화 대표님의 포스팅을 통해 갤럽 강점 검사라는 것을 처음 접했습니다. 특히 나 다움 강연에서 키노트 스피치를 해주신 전준수 대표님은 나다움에 관해 따로 포스팅을 해주시기도 했는데 '강점에 집중해야 약점의 노예에서 해방되고 나 다움에 이를 수 있다'라는 말씀이 참 인상적이더라고요. 


궁금함이 일었지만 선뜻해볼 생각은 안 하다가 아해님과의 커피챗에서 갤럽 강점 검사를 추천해 주셨어요. 그때 아 정말 해볼까?라는 생각만 하고 또 잊어버렸죠. 


그러다 어제 병훈님의 갤럽 top 5 강점 소개 글을 보고 잊고 있던 강점 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참에 더 이상 미루지 않아야겠다 싶어 포스팅을 보자마자 홀리듯이 해봤습니다. (병훈님 감사합니다!) 


요는 저도 어제 갤럽 강점 검사를 했습니다. 

갤럽 강점 검사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알려주는 여타 다른 테스트와는 달리 말 그대로 강점에만 집중해서 알려줍니다. 강점 34개 테마에 순위를 매겨 그 사람을 여러 각도로 조명합니다. 

이 중 제가 무릎을 탁 친 것은 다름 아닌 바로 8위를 차지한 '최상화'(Maximizer) 부분입니다. 


그간 저의 인간관계는 모 아니면 도인데요, 적 아니면 팬입니다. 


저의 팬들은 저의 강점을 잘 이해하고 좋아해서 제가 무엇을 하든 지지해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었습니다. 한창 인생의 수렁에 빠져 있을 때도 저를 믿는다며, 언젠가 잘 될 거라며 무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현재 제 곁에 남은 사람들은 모두 저의 팬들입니다. 


한편 저는 제 약점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사실 관심조차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습니다. 어차피 사람은 장단점이 있는데 단점 그거 뭐 크게 신경 써야 하나 싶어서요. 그래서 제가 못하는 건 굳이 노력하기보다는 외부의 도움을 받거나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차피 해봤자 잘 안될테니 비효율적이고 무엇보다 못하니까 재미가 없고 그러니 하기가 싫더라구요. 


학창 시절 교과목별 점수도 모 아니면 도였습니다. 좋아하는건 열심히 해서 최상위 점수를 받고 하기 싫은것은 최하위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 생활기록부에는 수부터 시작해 양까지 골고루 있습니다. 


저의 이런 태도는 꼭 누군가의 반감을 샀습니다. 특히 가족들이 곱게 보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저는 청소를 잘 못하는데 여동생은 말끔하게 잘했습니다. 과거 간호사로 일하셨던 어머니는 청결의 기준이 높은데 제가 청소를 하면 항상 혼이 나고 여동생이 하면 흡족해하셨죠. 그래서 어차피 청소는 내가 하면 혼이 나고 여동생이 잘하니 어머니 서점일을 돕기로 했죠. 당시 여동생은 서점일을 힘들어했거든요. 저는 6학년때부터 어머니 서점일을 돕기 시작했는데 당시 어린아이였던 저도 손님들을 상대한다는 것이 어려웠지만 어차피 어머니 일을 도와드려야 한다면 제가 그나마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서점 일을 돕다 보니 자연히 매출도 고민이 되었습니다. 당시 학교는 보충 수업이 필수였고 전교생이 월간지처럼 나오는 특정 참고서를 정기적으로 구매해야만 했어요. 그런데 꼭 새로운 교재를 깜빡하는 학생들은 늘 있잖아요. 새로운 교재를 가져와야 하는 날이면 어머니께 특별히 배달을 부탁드려 여분의 문제집 50권 이상씩 들고 아침 일찍 등교했습니다. 그리고 준비 못한 학생들에게 팔았습니다. 한동안 소문이 나서 장사가 꽤 잘 되었어요. 그렇게 재미를 붙인 저는 교무실까지 침투했는데요, 정기적으로 잡지를 구매하시는 선생님들의 명단을 파악해 매달 제가 배달해드렸어요. 어머니를 돕는 일에서 출발했지만 재밌고 뿌듯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머니와 동생으로부터 늘 지탄을 받았습니다. 어머니 입장에서 저는 맏딸이니 가게일을 돕거나 책을 파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고 집안일도 말끔하게 하길 바라셨어요. 여동생은 서점일을 핑계로 청소 임무에서 쏙 빠져나가는 제가 얄미워 보였나 봐요. 거기다 누가 봐도 그 일을 좋아하는거 같으니 일하는 것으로도 안보였을 거구요. 제가 적극적으로 가게일을 도운 후로는 여동생이 가게에 있던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여서 억울했지만 어차피 못하는 건 사실이니까 그러려니 했습니다. 


저는 강점을 인정받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게 부족한 면을 고쳐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고 혼나며 자랐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약점에 관심 없는 태도가 그들의 화를 돋웠던 거 같아요. 


이 태도는 대학에서 가정생활로 이어졌고 근무했던 학교로도 이어졌죠.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공무원이나 교사가 될 것을 강요하셨는데 이혼 후에는 더 심해졌습니다. 나이도 서른이 넘어 키울 아이도 있는데 사기업에 어떻게 갈 거냐고 제가 살길은 오로지 그 길뿐이라고 생각하셨거든요. 당시엔 모든 것을 제 잘못으로 돌릴 때라 아버지의 의견에 따르지 못하는 것에 죄책감마저 들었어요. 학교에서 5년간 근무했지만 딱히 내가 있을 곳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거든요. 거기다 이혼 소송에 여러 일들을 겪고 있던 터라 제가 뭘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기엔 여유도 없을 때라 다른 대안도 딱히 없었죠. 하루하루 죄책감만 쌓여 갔어요. 왜 나는 이 좋은 일을 할 생각이 없을까? 거기다 교사 경력까지 쌓았으니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왜 나는 의지가 없지, 스스로를 더 옥죄었습니다. 



그런데 강점 검사를 통해 8위를 차지한 '최상화' 테마를 통해 당시 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테마 설명글에 나온 '나는 부족한 점들을 고쳐서 당신을 평균적인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은 피하고 싶어 합니다.' 이 부분에 크게 공감이 되더라구요. 



안타깝게도 학교라는 조직은 다양성을 인정하기보다 교사라면 해야 할 말과 할 행동이 정해져 있고 일단 우리 교육 자체도 강점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약점을 보완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oo야, 다 좋은데 이 과목만 더 보충하면 되겠다.' 이런 식의 조언이 일반적입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과 교사를 꿈으로 갖지 않은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었는데요. 


이제는 죄책감을 느끼진 않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실패라고 여겼는데 이번 강점검사를 통해 그 실패라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어쩌면 실패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단순히 내가 가진 강점이 아닌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항상 배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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