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사춘기 소녀 키우기, 그리고 안아주기
안녕하세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는 작가 #라이팅게일 권영희입니다.
저는 교육, 특히 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고, 무엇보다 사춘기때 본격적으로 시작된 부모님께 받은 정서적/물리적 폭력에 따른 상처가 정서적 독립을 이룬 마흔이 될 때까지 이어졌기 때문인데요. 부모님과의 관계가 얼마나 제 삶에 큰 영향을 끼쳤는지 경험했거든요.
다행히 힘들었던 부모님과의 관계 덕분에 올해 한국나이로 고1이 된 딸아이를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저의 사춘기 시절을 마주하며 상처를 극복해 나가고 있어요.
저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교육과 청소년 육아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기존에 벌려놓은 시리즈들이 마무리 되면 강남 8학군 체제 내에서 경험한 입시 및 고등학생 교육과 현재 캐나다에서 고등학생을 키우며 느끼고 경험한 것을 르포 형식으로 담을 계획입니다.
얼마 전 좋은 글을 나눠주시기로 유명한 Miae Lee 코치님의 딸아이가 사춘기에 막 접어 든것에 대한 염려와 두려움이 섞인 글을 봤어요. 그 글을 보고 제 교육 글 프로젝트를 쓰기 전에 파일럿으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감을 주신 코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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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파일럿 첫 시간으로 '안아주기' 입니다!
저는 딸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든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5년전, 그때 아이의 첫 생리가 시작되었거든요.
성조숙증검사에서 초등학교 5학년 즘이면 첫 생리를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진단을 받아 미리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습니다.
그 전부터 조금씩 아이는 예전에 알던 순수하고 착한, 엄마 말에 해맑게 대답하던 아이에서 별일 아닌 거에 짜증을 내는 아이로 바뀌어 갔어요.
아이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스럽고 어쩐지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아이가 하루아침에 낯설게 느껴졌어요. 사춘기가 시작되면 아이랑 멀어진다, 홧병이 난다 등의 청소년기 아이를 둔 다른 분들께 들은 공포스런 말들에 이젠 내가 모르는 아이로 변해버리면 어쩌지라는 걱정과 두려움이 밀려왔어요.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아이가 성장의 단계를 거칠 때마다 그에 맞게 저도 변했습니다. 신생아에서 백일까지, 또 백일에서 앉기, 걷기 등 레벨업을 하게 되면 그전 레벨까지 잘 되었던 육아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을 경험한 것처럼 이제는 또 한 차례 변화의 시기가 왔구나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두려움을 가라앉히고 아이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가만 보니 아이 안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더군요.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전에 느껴본적 없는 여러 감정들이 폭발하듯 올라오는데 아이도 처음 겪는 변화에 혼란과 불쾌감을 느끼며 모든 상황에 '짜증'을 내는 것으로 대처하고 있더군요.
이에 사춘기란 호르몬 변화에 따른 폭발적인 감정 변화를 겪으면서도 본인이 왜 그런지 이 감정이 뭔지 잘 모르는 시기로 정의 내릴 수 었었고 아이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어른도 어떤 감정들은 왜 느끼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은데 사춘기 아이는 오죽하겠어요.
이렇게 이해한 후 아이의 감정을 살피기 시작했고 불편한 감정을 '짜증'이란 한 단어 대신에 여러 단어로 표현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짜증 나'라는 말은 저희 집에서 금기어였습니다.
'짜증 나' 대신 '속상해, 슬퍼, 우울해, 지루해, 한심해, 안타까워, 화가 나, 그리워', 등등 떠오르는 감정을 함께 고민하며 이름 붙이기를 했고 이에 아이도 곧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과정이 참 흥미로웠는데, 마치 신생아 키우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았거든요.
신생아들은 말을 못 하니 모든 것을 울음으로만 표현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사춘기를 겪는 아이도 여러 감정과 몸의 변화로 힘든데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르고 불편함만 느끼니 짜증으로만 표현하는 것이었죠.
거기서 힌트를 얻어 저는 적극적으로 사춘기 아이를 우는 신생아 달래듯 안아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짜증에 같은 짜증으로 대처하기 보다 여러 감정 속에 얼마나 힘들까 싶은 안타까움으로 일단 안아줬어요. 그리고 부드럽게 등을 쓸어 달래 주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레 시작한 안아주기 덕분에 고1인 아이는 지금도 하루에도 여러 번 자연스레 안고 뽀뽀를 합니다.
그 덕분인지 아이와 한 번도 목성 높인 적이 없습니다. 이 나이대 저와 어머니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무척이나 대조적입니다.
저의 어머니는 제가 아이 나이였을 때 아이가 느꼈던 여러 자연스런 감정들을 '별난 아이' 취급하시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주셨습니다. 딸아이가 느끼는 여러 감정에 따른 짜증을 보며, 나도 저랬었는데 우리 어머니는 이런 자연 스런 과정을 '별난 아이' 취급을 하셨구나 하고 이해가 되더라구요.
어머니의 강압적인 태도는 대학으로, 부모님의 반대하던 결혼 및 이혼을 하면서 더욱 심해졌고 캐나다에 와서도 한동안 계속되었어요. 저는 어머니보다 키도 크고 힘이 더 세졌음에도 반박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랬어요. 사춘기 때 억눌려 해소되지 못한 감정들이 안에서 고였는지 제 패닉어택의 트리거는 남편과의 의견 불일치에서 어머니의 강압적인 태도가 겹쳐 보이는 것에서 시작되거든요.
지금도 진행중인 아이의 사춘기를 함께 겪으며 저 또한 부모님께 받은 상처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그저 성장에 따른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이 변화를 '중2병'이라는 비웃음과 폄하가 섞인 말로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감정을 수치스럽게 만들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가정상담운동의 선구자이자 가족 치료 교육의 일인자인 버지니아 사티어의 말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하루 4번의 포옹이 필요하다.
삶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 하루 8번의 포옹이 필요하다.
그리고 성장을 위해서는 하루 12번의 포옹이 필요하다."
#라이팅게일 #청소년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