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중지추(囊中之錐)
여유로운 금요일 보내고 계신가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작가 #라이팅게일 입니다.
저는 요즘 과거 트라우마를 다시 마주하며 개인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증상들이 다시 찾아오고 슬픔으로 가득 찬 날들이 대부분이라 힘들지만, 새로운 나로 태어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하기에 잘 버티며 회복에 집중하고 있답니다.
어지러운 시국에 개인적인 일까지 겹쳐 글은커녕 감사 일기도 못 쓰겠더라고요. 계획한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아 조급한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로 저의 어지러운 마음의 파도가 지나가고 그에 따라 회복되면 다시 돌아가면 되지, 하면서 마음을 다독이는 중입니다. 어차피 모든 일은 지나가니까요.
한 가지 고백하나 할게요. 저는 사실 뼛속까지 보수인 집안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지금도 저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여전히 그렇습니다. 대학생 때까지 그런 생각으로 살다가 개인적인 계기로 따로 공부도 하며 뼛속부터 다시 태어나는 변화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런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저의 베프는 '나는 원래 보수였다'라는 제목의 책을 쓰라며 농담하기도 했죠.
낭중지추(囊中之錐)란 한자성어가 있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주머니의 송곳' 이란 뜻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그 재능을 감출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이 말을 사람 관계에 적용하는 걸 좋아합니다. 모가 나고 인품이 훌륭하지 않은 사람은 제 아무리 포장해도 주머니의 송곳처럼 시간이 지나면 그 실체가 드러나더라구요. 사람의 본래 모습은 감출 수 없는 법이니까요.
10년 전, 한국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할 때 1학년 담임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학기마다 회장과 부회장(예전 반장, 부반장 개념) 선거를 했는데 2, 3학년의 경우 하던 대게 후보자가 정해져 있는 반면 1학년들은 서로를 잘 모릅니다. 모두가 쭈뼛쭈뼛하고 어색한 분위기 속 입학후 첫 주에 가장 적극적인 학생들이 후보자로 추천 되고 그 아이들이 회장, 부회장이 됩니다. 그러나 2학기가 되면 상황이 달라지는데요, 한 학기 동안 아이들은 진짜 리더십이 있는 학생들이 누군지 압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대중들의 선택을 받은 아이들이 리더로 선출됩니다.
그 때 발견한 건 두가지였어요.
하나, 사람에 대한 대중들의 보는 눈은 정확하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괜찮은 사람은 혹은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드러난다.
늘 같아 보이는 일상도 사실 매일 다르고 변하고 있습니다. 어제까지 뼛속까지 보수였다가 오늘은 그 반대 진영에 있을 수도, 오늘은 글을 쓸 만큼 괜찮았다가 내일은 또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의 몹쓸 우울증처럼요. 오늘까지 선생님이었다가 내일은 학교에서 해고를 당해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될 수 있죠.
저는 똑똑하면서도 바보 이길 원합니다. 한없이 강하면서도 한없이 나약한 사람으로 보이길 바랍니다. 사람은 복잡하고 정교한 존재잖아요.
LinkedIn 에 글을 쓴지 1년 하고도 반이 지났습니다. 그간 저도 모르게 너무 똑똑한 척은 하지 않았나, 너무 또 진지하고 독단적인 모습만 보인건 아닌가 반성해봅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워지는 겨울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마음 보냅니다. 내일 괜찮으면 또 글로 찾아뵐게요.
여러분들의 오늘 하루가 안녕하길 기도하며,
라이팅게일 드림
#라이팅게일 #오늘의아무말
#늘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