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을 왜 해야 하는가?
"너는 독립을 하니까 좋아?"
"꼭 독립을 해야 할까?"
혼자 사는 친구들을 비롯한 주변인들을 만날 때면 요즘 들어 필수로 물어보는 질문이다
" 나만의 공간이 생기는 게 얼마나 멋진지 알아?! 독립은 너무 추천해!"
" 부모님 잔소리나 통금이 없어! 그게 진짜 행복이지!"
" 흐리멍텅하게 살아왔는데 발등에 불 떨어진 느낌으로 내 삶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게 되는 것 같아!"
다들 하는 이야기는 독립을 하면 부모님의 잔소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부모님이 해주시던 집안일에서 벗어나 내가 청소, 빨래, 요리, 장보기 등의 생활을 익혀나가게 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라도 자립심이 생긴다고 한다. 또, 인생에 대해 직면하면서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생에 한 번은 독립을 추천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이유들은 나에게 큰 임팩트로 다가오지 않았다
다들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것에 대해 많이 답답해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우리 가족을 살펴보려 한다.
먼저 우리 가족은 '따로 또 같이'가 상당히 잘 유지되고 있는 가족이다.
각자의 취미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가 각각 있고, 식사나 취침 등은 자유롭게 생활하되, 한 두 달 간격으로 그동안 모아 왔던 계비로 가족모임을 하면서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한다. 이처럼 온 가족이 같이 산다고 해서 특별히 얽매이거나 제한이 있는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지 않다 보니 독립에 대한 욕구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금처럼 같이 사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월세를 비롯한 기타 비용을 줄여서 집을 구매하거나 결혼을 대비해서 자금을 모으고, 부모님은 사소하지만 휴대폰이나 컴퓨터처럼 어럽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 우리의 도움을 받으면서 말이다.
그런 내가 요즘 따라 독립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집에서도 독립적인 편인 내가 나서서 독립을 생각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는 k 장녀로 살아오면서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남다르다.
모두들 그렇겠지만 나는 부모님이 너무 소중하다.
그들이 나를 키워오면서 겪었을 모든 순간들에 감사하고 그들이 혹시 겪었을 희생에 대해 죄송함이 내 마음 깊은 곳에 기본으로 깔려있다.
어느 날 읽었던 글귀에서 만난 문장에 '우리가 아기 때 부모님은 아이의 반복된 질문에 3천 번 이상 웃으면서 답해줬을 것'이라는 내용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느꼈다 우리 부모님이 지금 나한테 물어보는 것들에 대해서 나도 그렇게 해드려야지라고!
그 후로 부모님의 사소한 물음이나 도움에 대충 응하지 않고 아주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드리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동생도 같이 살지만 부모님들은 이제 나에게 더 많이 요청하시고 그에 대해서 나에게 느낀 고마움을 나가서 자랑하신다.
'우리 딸이 해줬다, 우리 딸이 알려줬다, 우리 딸이 콘서트 보내줬다!'처럼 우리 딸이 항상 최고라고.
또, 부모님이 거실에서 혼자 티브이를 보고 계시거나,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혼자 식사를 하셔야 할 때는 내 방에 있다가도 식탁으로 가서 가족들 앞에 앉아서 조잘조잘하면서 대화의 꽃을 피웠다.
그러면 가족들은 신나게 식사를 마무리하고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대화 시간이 꽉 찬다.
그런 부분이 만족스럽고 뿌듯해서 지금까지 함께 생활하는 부분에 있어서 큰 불만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감사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할머니 두 분이 동시에 아프시기 시작하면서 부모님의 얼굴에도 미소가 사라진 적이 있다.
부모님의 어두운 낯빛을 어떻게 해서든 밝혀 드리고 싶어서 드라이브도 모시고 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바다도 보여드리려는 등의 갖은 노력을 했지만 이런 미미한 노력으로 해결될 턱이 없었다.
빨리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점점 초조하고 불안하고 화도 나기 시작했다.
'아니, 해결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근심한다고 해결되는가?, 이렇게까지 했으면 좀 좋아져야지 어떻게 제자리인가?' 하는 마음들이 마구 올라왔다.
같이 살면 분위기나 공간의 온도가 참 중요한 요소이다.
상대가 아무 일 아니라고 해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눈치가 보이고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하물며 제일 가까운 존재인 가족과 집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부모님이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하염없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해결을 중시하는 내가 견뎌내기에는 너무 힘들고 감정소비가 많았다.
그러나 한숨 크게 들이쉬고 생각을 해보니, 나 스스로 가족들의 감정을 내 마음대로 헤아리려고 했다.
내 나름 유추해낸 그들의 감정을 좋게 만들어주려고 아등바등해놓고 빨리 해결되지 않으니 혼자 벅차게 느낀 것이다.
" 모두가 내 마음과 같은 마음이 아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도 그들의 생각과 마음이 있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마음 정리를 끝내니 이제 내가 보인다. 그리고 나를 다독였다.
이때, 느꼈다 '내가 생각보다 가족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고 있구나!'
내가 왜 독립을 하려고 할까에 대한 내 마음의 답은 바로
'그렇게 소중한 가족들의 마음을 내 멋대로 해석하고 해결하지 않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