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희 Apr 05. 2022

모든 일의 바탕은.

기본을 지키는 마음. 진심을 다하는 마음.




다음 문을 선뜻 열기가 두려워지는 마흔에 임박한 나이에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자영업. 더군다나 카페 공화국에서 카페 창업에 도전했다. 용기를 내어 활짝 연 문 너머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다 내 맘 같지 않고 만만치 않긴 하지만, 이 낯선 길도 걷다 보니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녹록지 않은 여건과 환경에서도 어느새 스스로 토닥이며 잘 버텨나가고 있다. 카페를 창업하고 나서 나는 왠지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직업과 환경이 변하면서 행동반경도 무척 좁아졌다. 성격도 가치관도 카페를 운영하기 전과는 참 많이 변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카페 사장이 되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모든 게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서인지 모를 일이다. 가장 신기한 것은 내가 지금 카페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나와 비슷한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마음만이라도 함께하고 싶어 책을 쓰기로 했지만, 내가 알려주는 것들이 카페를 잘 버티게 하는데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시대의 자영업이 워낙 힘든 일이니 '이대로만 하면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 과연 해답일까'라는 고민도 뒤따랐다. 사실 지금도 무엇이 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장사라는 것이, 다 주인이 기대한 대로 나아갈지 아닐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니 말이다. 다만 세상 모든 일들엔 시간이 필요하고, 기본을 지키는 마음과 진심을 다하는 마음이 결국 모든 일의 바탕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후는 '카페 사장님'이 해나가기 나름이다.


커피와 관련된 지식은 알면 알수록 새롭다, 지식이 쌓일수록 커피는 더 복잡하고 어려운 것임을 깨닫게 된다. 예민한 나처럼 커피도 무난하지 않다.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이론으로 배운 것과 실전에 간극이 있었다. 그래서 몸소 느꼈던 시행착오도 이 책에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개업한 지 만 3년이 조금 넘은 카페 사장이 꽤나 아는 체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조금 아는 것을 탈탈 털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다분히 주관적일 수도 있다.


벌써 카페를 개업하고 네 번째 가을을 맞았고 그렇게 나는 4년 차 카페 사장이 되었다. 다행히 매출은 조금씩 상승 중이다. 카페의 단골손님도 서서히 늘고 있다. 커피는 무조건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원두 선별을 위해 동분서주 사전 조사를 하고, 커피 관련 자격증을 5개나 취득하느라 오픈을 두 달이나 미뤘던 것들이 새삼 떠오른다. 결과적으로는 나의 의심과 결정 장애와 예민함이 카페 창업에 도움이 되었다. 신경쇠약이었던 그때를 회상하면 슬쩍 미소가 나온다. 또한 이렇게 하루하루 바들바들 버텨가고 있음에 스스로를 토닥인다.


오늘도 카페 오픈 전, 에스프레소 추출 컨디션을 체크하며 어디에 변수를 줄 것인지를 정해 본다. 추출 컨디션과 커피 맛을 조절하는 요인은 많다. 분쇄도에 따른 추출 컨디션, 이산화탄소가 많이 빠지지 않은 원두와 조금 더 빠진 원두의 차이, 탬핑 압력 차이에 따른 추출 속도와 에스프레소의 맛, 로스팅 단계에 따른 원두의 차이까지, 이 모든 내, 외부적인 요인과 그날 날씨에 따른 원두의 컨디션과 내 기분에 따라 커피의 맛이 달라진다. 이것을 안다면 그래도 커피를 좀 아는 사람이다.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갈 이들이 나보다는 좀 더 많은 것들을 안상태에서 창업을 준비했으면 좋겠고, 이 책을 읽고 편안한 마음으로 차근차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  since 2016 CAFE 7번길




- '이래 봬도 카페 사장입니다만' - 프롤로그  (책의 내용을 한챕터씩 써봅니다.)



이제 시간은 흘러 카페를 시작한 지 만 5년을 꽉 채우고 6년을 향해가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다양한 손님들이 오고 갔고 다양한 에피소드가 존재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겉으로는 나타나지 않자만 카페의 내면은 많이 변했다. 습관처럼 하던 일들이 어느 날 머리가 갑자기 환해지며 다르게 변화된 일도 많다. (습관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매일 점검하고 아끼던 커피머신은(청소를 잘해줘야 수리비가 크게 들어가는 것을 멀리 미룰 수 있다는 신념을 가졌었다.) 5년을 채우지 못하고 갑자기 복병이 나타났다. 청소와는 상관없는 머신 내부의 보일러가 터졌다. 커피머신 회사에서는 중고 머신을 추천해 주었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정들었던 커피머신 '시모넬리'를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그냥 보내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비용을 주고 2주간 대체 머신을 쓰면서, 수리비를 크게 들여서 보일러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카페에는 전등이 많다. 올해 초 어느 날 전등 하나가 깜박깜박거리더니 갑자기 꺼진다. 대수롭지 않게 새것으로 교체했다. 그런데 그다음 날 옆에 있던 전등이 나갔다.  그리고 그다음 날. 그리고 그 다음다음날. 차례대로 전등이 나간다. 올해 초 십여 일간 카페 오른편 일렬로 있던 전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하나씩 나갔다. 그렇게 교체했던 전등이 8개다.(전등의 평균 수명은 5년인가?) 5년이 지난 전등들은 그렇게 보냈다. 최장수 전등은 어떤 전등이 될까.


최근에는 갑자기 오디오 앰프가 고장 나서 임시방편으로 출력 라인을 한쪽으로 몰아서 쓰고 있다. 음량이 예전 같지 않다. 음악 볼륨을 최대한 빵빵하게 크게 하고 마감 청소하는 게 즐거움이었는데 말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나 보다. 카페도 나이를 먹는다. 낡아지고 고장 나고 세월의 흔적이 진해진다.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니 가게를 인수하려면 2년 안된 가게를 인수하는 것이 좋겠다. 뜬금없다.)


카페에서 촬영했던 사진 속 사람들도 나이를 먹었고 백일도 안되었던 조카는 어느새 7살이 되었다. 나도 많이 변한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카페 사장이 되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모든 게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서인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카페를 시작할 때 가졌던 초심은 어떠해졌나? 진심을 다하고 기본을 지키며 변화할 것은 계속해서 변화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오래 하고 싶은 자영업자의 할 일이다. 습관을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있을 때를 경계해야 한다.


카페를 시작한 후 나의 이야기를 더 많이 쓰게 된 것 같다. 책을 내게 된 것은 신기한 일이다.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좋은 일이고. 글을 쓸 때면 마음이 좋아진다. 괜스레 희망이 솟아나기도 한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알 수 있는 마음이겠지?





시간은 흘러 2022년의 봄이 왔다.  오늘은 커피가 유난히 맛있는 날이다.















작가의 이전글 자영업은 여전히 고단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