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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솔 May 15. 2021

[영화리뷰] 파이브 피트(Five Feet Apart)

‘낭포성 섬유증’을 앓는 이들의 삶이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접촉할 수 없다면, 서로를 위하여 반드시 저만치 떨어져 있어야만 한다면, 최선의 동반은 무엇일까?"


가이드를 시작하며

 ‘낭포성 섬유증’ 또는 ‘CF’는 유전적 결함으로 인하여 폐와 소화기관에 이상을 보이는 질병으로, 감염에 취약하고 호흡과 소화에 어려움을 보인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으므로 어릴 때부터 입원해 병원에서 지내야 하는 이들은, 학교에 갈 수도, 놀이터에서 마구 뛰어놀 수도 없다. 자연스레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동년배'는 같은 처지의 입원한 친구들 뿐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비극적인 사실은, 해당 질환을 가진 이들끼리는 최소 6피트(약 182C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들의 사랑과 우정은 서로 몸을 부대끼고, 가까이 하며 움트는 것이 아니게 된다.



핵심 요약

 2019년 극장 개봉한 이 영화는 ‘멜로/로맨스’라는 장르답게 주인공 스텔라(헤일리 루 리차드슨)와 윌(콜 스프로즈)의 사랑을 주제로 한다. 6피트라는 이들의 거리는 전형적인 로맨스의 스킨십을 불가능하게 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둘의 사랑을 가로막는 것이 ‘가문’이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질병’이 사랑의 장애물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음으로써 사랑을 이루고자 하였다면, 스텔라와 윌은 이별로써 사랑을 이루고자 한다.



낭포성 섬유증 환자, 윌(콜 스프로즈)과 스텔라(헤일리 루 리차드슨)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윌과 스텔라가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을 성숙시키는 그 과정이다. ‘그림’을 주고받고, 태블릿PC로 ‘화상통화’를 하며 투병의 나날들을 버텨낸다. (어쩌면 코로나19로 우리 모두가 그러한 비극에 빠진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서로의 존재가 잠재적 위협이 되는 슬픈 현실 말이다. 심지어 연고 없는 '타인'은 아예 '잠재적 바이러스'로 자리 매김한 것 같기도 하다.) 낭포성 섬유증, 슬픔에 빠진 친구를 안아줄 수도 없고, 사랑하는 이와 손을 잡는 평범한 일상도 모조리 빼앗아가는 질병. 이로부터 단 1피트라도 되찾기 위하여, 스텔라와 윌은 5피트 길이의 당구 큐대 끝을 맞잡고 병원을 나선다. 당구 큐대는 서로의 손이 되어 몸을 쓸어내리고, 눈빛은 애절하게 젖어있다. 둘은 서로의 상처 입은 몸을 바라보고 또 큐대로 어루만지며, 각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문자 그대로, five feet apart



가이드를 마치며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다소 진부하다. 갑작스러운 역경과 남주인공에 의한 극복, 그리고 이별까지도 예측 가능한 클리셰이다. 그러나 영화가 조명하고 있는 ‘낭포성 섬유증’, 그리고 해당 질병을 가진 이들의 삶은 울림을 준다. 낭포성 섬유증을 앓는 것 뿐, 그렇기에 소통의 방식이 다른 것뿐. ‘당구큐대’로 참신하고도 현실적으로 그려낸 이 사랑은 당신의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정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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