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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 정 Jan 20. 2023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에 남편과 저녁 식사하면서 요즘 부쩍 삶의 무료함을 느낀다는 남편 이야기를 듣다 체하는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39년 중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를 보내면서 눈만 깜박이면 금세 하루가 지나고 24시간이 모자라도록 넘치는 할 일과 긴긴 수면 시간은 고사하고 주어진 시간에도 풀어지지 않는 육체의 노곤함이 켜켜이 쌓여 머리만 대면 쏟아지는 잠과 사투를 해가며 살고 있는 나는 남편 또한 나와 같은 패턴의 생활을 하면서 어떤 점에서 무료함을 느낄 수 있는지 사뭇 이해되질 않았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웃을 일도 없다는데.. 일도 재미없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데 해줄 위로의(?) 공감의 말이 딱히 떠오르지가 않았다.


사실 나는 정반대의 기분으로 요즘을 살고 있다.

젋은날 알바 8개를 해가며 돈을 버느라 잠을 못 자던 그 시절보다 오히려 더 바쁜 것 같은 일상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곁에 건강히 있어줌 그 자체가 감사하고 건강히 살아가기에 일할 수 있고 이렇게 바쁘게 살 수 있는 것 또한 무탈함의 산증이라고 생각하면서 삶이 마냥 소중한 그런 마음으로 말이다.


며칠의 답이 없는 대화의 과정을 거쳐 어느 날 남편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어쨌든 내가 손을 내밀지 못했어도 그 터널 같은 어둠의 구덩이에서 나온 것 같아 그 자체가 감사했다.


이번 독서모임 책이 선정되자 얼마 전 남편의 삶이 허무를 마주한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들었다.


삶에는 반드시 죽음이 뒤따른다.

끝이 주어진 삶은 저마다 각자의 시계를 만들어 준다.

모든 삶에 주어진 시간이 다르기에 우리는 결국 죽음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각자의 모습으로 삶의 시간 속을 걷는다.

그리고 인생이 영원하지 않으므로 때로는 허무도 마주하게 된다.

어차피 죽으면 없어질 몸.. 어차피 죽으면 사라지는 것들.. 

끝이 있는 걸 알기에 아등바등 삶의 끈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것은 언제고 지치는 순간이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자 함,

거기에 더해 열심히 사는 것,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

더 많이 배우려는 것,

만물의 아름다운 것들을 눈에 담고자 하는 것,

육체와 정신이 더욱 건강해지려고 하는 것,

그리고 행복해지려고 하는 이 모든 것은 

어쩌면 나의 인생시계는 멈추더라도 내가 사는 삶이 곧 나의 아이들에게 남겨질 유산이 될 수 있기에 나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왜'가 아닌 '어떻게'에 초점을 두려고 한다.

왜 사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지를 결정할 수 있는 인생!

매일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이 누군가에게는 무료하고 덧없더라도 매일 그 모든 삶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살아 숨 쉬는 자의 특권이기에 관점을 바꿔 허무를 바라본다.

오늘 내가 허무를 마주할 수 있음은 그냥 내가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인생의 허무가 밀려올 때 이렇게 인사해본다.

나 여전히 건강히 잘 살고 있구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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