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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eek Nov 01. 2020

Life After Death

5집: Rest In Peace

28. Life After Death


투팍의 데스 로 행은 동서부 갈등을 본격화하는 시발점이 됐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단 1년 만에 모든 일이 벌어졌고 또 끝이 났다. 이 1년은 지나치게 긴박해서, 앞선 갈등의 인과들이 무색해 보일 정도였다.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단지 모두가 격양된 와중에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터져버렸다는 것, 그뿐이었다. 당대 뮤지션들이 '너무 갑작스러웠다'고 표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선,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것은 투팍이었다. <<All Eyez On Me>>에 이어 곧바로 발매한 싱글 <Hit 'Em Up>(1996)은 비기의 <Who Shot Ya?>에 대항한 디스곡이었다.

1)

You claim to be a player but I fucked your wife
(넌 네가 플레이어라고 하지만 난 네 아내를 강간했어)
We bust on Bad Boy niggaz fucked for life
(우린 배드 보이 녀석들을 터뜨리지 평생 X되도록)


곡이 나오고 약 세 달 뒤인 1996년 9월, 투팍은 절친한 동료 마이크 타이슨(Mike Tyson)의 복싱 시합을 관람한 뒤 데스 로의 클럽 'Club 662'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슈그의 차 옆자리에 탄 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차량이 그들 옆으로 조용히 다가왔다. 투팍과 슈그가 알아채지 못한 순간 창문 너머로 수차례의 총성이 울렸다. 총알은 정확히 투팍만을 겨냥했고, 목표를 달성한 의문의 차량은 곧바로 유유히 사라졌다. 슈그는 패닉 상태에 빠져 투팍을 구할 수 있는 어떠한 대처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동안 투팍의 숨은 완전히 끊어졌다.


투팍과 슈그. 투팍의 마지막 모습으로 알려진 사진이다.

투팍이 죽었다. 매번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 돌아왔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그가 죽었다는 말이 모순적으로 들릴 만큼 당대 뮤지션들에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원래 총에 맞거나 감옥에 가는 것은 그가 진정한 갱스터의 모습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에 불과한 것처럼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주 간단하고 참혹한 결과만이 남았다. 거리를 대표하는 뮤지션이 다시 거리에서 살해당했다. 이는 '힙합은 폭력적이다'는 말에 정당성과 야망을 부여했던 이들에게 '너무 지나쳤다'는 심판이 내려진 것이었다.


앞선 희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다시 힙합이라는 문화를 돌아보게 됐다. 이 문화가 어떠한 허락된 선을 넘은 상태였다면, 투팍은 문화의 아이콘으로서 그 책임을 온전히 떠맡아버린 꼴이 됐다. 그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그의 죽음을 사실상 방치한 각자의 책임에 대해서는 무언의 동의가 오갔다. 남아 있는 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이번에는 비기가 먼저 움직였다. 반년이 지난 1997년 3월, 비기는 동서부의 갈등에 종결을 선언하고자 LA 땅을 밟았다. 이 행보에는 희망과 불안이 동시에 있었다.


비기는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한편, 발매를 앞둔 그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을 서부에 홍보하고자 했다. LA의 여러 매체들과 인터뷰를 마친 후, 동서부 뮤지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파티로 자리를 옮겼다. 당사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이 파티는 말 그대로 화합과 화해의 장이었다. 누구도 편을 가르지 않았고 비기의 음악은 서부의 홀을 가득 메웠다. 파티는 순조롭게 끝났다. 비기는 차에 몸을 실었다. 신호가 걸렸고 차 한 대가 다가왔다. 투팍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총을 쏘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비기는 병원에 실려갔지만 그대로 사망했다.


<<Life After Death>>

아주 짧은 기간 동안 힙합의 가장 밝은 별 둘이 사라졌다. 비기의 유작이 된 앨범 <<Life After Death>>(1997)는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죽음 이후의 삶'이라는 이 제목은 원래 1집인 <<Ready to Die>>와의 연결고리를 암시하는 것이었다. 1집의 마지막 트랙 <Suicidal Thoughts>에서 노래 속 비기는 모든 것들에 환멸과 후회를 느끼며 자살을 택한다. 그리고 2집의 첫 트랙 <Life After Death(Intro)>는 <Suicidal Thoughts>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시작한다. 자살기도로 병원에 실려간 비기를 보며 퍼프가 '너의 삶을 살아'라는 말을 하고, 그 뒤로 비기의 새로운 스토리, 죽음 이후의 삶이 펼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비기가 정말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이 제목은 비극적이게도 또 하나의 의미를 갖게 됐다. 투팍과 비기, 그들의 죽음 이후의 힙합은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 이 앨범 역시 1천만 장의 판매고로 다이아몬드를 기록했고, 90년대를 대표하는 갱스터와 마피아의 시대는 그렇게 끝이 났다.




1) 비기의 아내인 가수 페이스 에반스(Faith Evans)가 투팍과 밀회를 했다는 루머가 있었다. 페이스에 따르면 우연히 파티에서 만나 사진 몇 장 찍힌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투팍은 이를 디스곡에 활용했고, 더 극적인 갈등을 원하는 언론에게 좋은 먹잇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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