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몰입의 계절들

그 때의 자부심으로 살아간다.



# 0. 몰입 기억


오늘은 제 지나간 몰입의 기억들을 꺼내보는 시간입니다. 그러면서 저한테 몰입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또 몰입을 하기 위해서 어떤 조건들이 필요했는지. 확인해보면서 제가 이번에 몰입을 하게 되면 또 어떤 조건들이 필요하고 어떤 몰입의 시간들을 거치고, 몰입의 결과로는 어떤 걸 얻을 수 있는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배우고, 미래를 예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뒤돌아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시험기간, 중3 때의 고등학교 입시기간, 고등학생 때의 사춘기스러운 몰입기간, 대학에서의 설계수업마감, 해병대에서의 훈련병기간, 상륙기습기초훈련, 전역 후 복학생활, 대학교 시험기간, 휴학 중 창업기간, 졸업 후 취준기간, 회사에서의 마감 야근 기간, 퇴사 후의 몰입. 굉장히 많네요.. 다 다룰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나하나 다뤄보면서 어떤 차이점이 있고, 어떤 이유로 과정과 결과가 달랐는지 한 번 돌아보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몰입 기간은 예시들로 어느정도 예상이 되실겁니다. 어떤 모종의 목표를 가지고, 성과를 위해서 일정 기간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거겠죠. 저도 사람인지라 매번 몰입하는 시간을 살 수는 없지만, 몰입의 기억들을 돌아보면서 제 인생의 몰입기간을 잘 활용해보려고 합니다.






# 1. 초중학교 시험기간


요새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초등학교 학년 때부터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봤던 걸로 기억합니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5과목을 봤던 것 같고, 흔히 말하는 ‘올백’을 맞느냐, 전교생에 ‘올백’이 몇명이었느냐 따져보는게 당연했습니다. 돌아보니 참으로 야만적이네요.. 특히나 이 때는 저희 어머니들의 교육열이 저희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랬구요.. TV는 바보상자라 주말에만 1시간씩, 당시 유행하던 메이플스토리도 일주일에 1시간만 할 수 있었죠. 그래서 저는 레벨이 매우 낮았습니다.. 사촌 누나가 키운 캐릭터를 내 캐릭터인 것처럼 자랑하기도 했었죠.. 슬프면서도 부끄러운 과거네요..


대충 그런 분위기에서 저는 나름 전교권의 학생이었습니다. 결과가 좋았죠. ‘올백’을 맞기도 하고, 한 개 틀리면 울기까지 하는..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그게 정말 아쉬워서 울었느냐? 아마 엄마한테 혼날 생각에 울지 않았을까요..? 어쨋든 결과는 좋았지만 그게 다 제 노력 덕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려받은 유전자 + 엄마의 교육열 + 시험기간에 못 놀고 못 자며 엄마의 감시 하에 공부한 결과였죠.. 사실 제 자유의지로 공부한 건, 몇 퍼센트였을까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 2학년을 지나며 점점 제 머리는 커집니다. 신체적으로도 성장했죠. 부모님한테 대항할 수 있는 힘을 키우게 됩니다. 그러면서 제 결과의 대부분을 기여했던 어머니의 교육열과 어머니의 공부 강요가 영향력을 조금씩 잃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 성적은 조금씩 떨어졌습니다. 슬픈 건, 거기에 지나치게 비판적이고 신경질적이었던 어머니의 반응이었죠. 사춘기가 잘못 왔다, 어떻게 하면 계속 성적이 떨어지냐, 싹수가 노랗다..는 말들을 들으며 힘든 사춘기를 보냈습니다. 사실 사춘기는 제 자아가 성장하고, 성인이 되기를 준비하는 시기인데 말이죠..






# 2. 처음으로 자발적이었던 기간


그러다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공부했던 시기가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 영재고등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제 기억 상으로는 제가 직접 찾아보고, 그 학교의 동아리 활동, 축제, 거기서 은근히 뿜어져나오는 자부심이 부러웠나봅니다. 돌아보면 사회의 엘리트로 인정받고 싶은, 그리고 거기서 자존감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이유가 어찌됐건 저는 자발적으로 공부가 하고 싶어졌습니다.


영재고등학교는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시험을 보고, 2학기 개학날 쯤 결과가 나왔었습니다. 그래서 3월달 쯤부터 인생 처음으로 자발적 몰입기간을 가지게 됩니다. 평소 수학, 과학 경시대회 성적이 매우 낮았었기 때문에, 특히나 이 몰입 기간이 필요했죠. 학교 등교해서 자습시간, 쉬는 시간을 이용해 선행공부를 하고, (그래도 점심시간엔 축구를 했던 것 같습니다..) 하교하고는 학원에 자발적으로 가서 빈 교실에서 자습을 했습니다. 학원 수업이 끝나도 빈 교실에서 계속 공부를 했고, 당시 11시였나, 12시였나, 청소년이 학원에 있을 수 있는 데드라인까지 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약 3개월 정도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수학과학 선행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운이 좋게도 4차까지의 시험을 통과하고 전국에서 120명 뽑는 영재고에 합격을 하게 됩니다. 2학기 개학날 친구들과 피시방을 가서 게임을 키려는데, 영재고 시험을 같이 본 친구가 전화가 와서, “너 합격했어, 내가 주민번호랑 이름 쳐봄. 근데 내꺼는 아직 안 쳐봄”, 이런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근데 당시 기억으로는 물론 매우 좋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담담했던 것 같습니다. 뒤늦게 몰입하긴 했지만 그래도 준비에 최선을 다했고, 더 이상의 후회도 없다는 생각이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합격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 3. 사춘기스러운 몰입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습니다. 아마 저는 엘리트 학생(?)이라는 자부심을 이미 얻었고, 더 이상 그 쪽으로는 욕심이 나지 않더라구요. 아마도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사춘기 아이였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때부터는 저의 소심한 성격과 내향적인 성격을 바꾸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나름 목표를 세웠습니다. 제 기준 잘나가는(?) 동아리들에 합격하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3개월 간 오디션을 보는 밴드부 동아리와 축구 동아리였습니다.


참 운 좋게 2개 동아리 모두 합격했지만, 이 때부터는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아니, 목표를 세우고 간절히 바랬더니 이루어졌잖아? 약간 사이비스러운 끌어당김의 법칙에 매료됩니다.. 그리고 관련 책들을 읽고,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기 위해서 또 책을 읽고.. 학교 선생님들은 학교 공부하고, 시험 준비하라고 하셨지만.. 저는 그냥 해 떠 있으면 축구하고, 해 지면 책 읽는.. 그런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성적이 꾸준히 떨어졌던 시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요. 저는 어른이 되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하고 책을 많이 읽었던, 제 자아를 구성했던 중요한 시기라고 기억됩니다. 비록 성적은 떨어진 게 맞지만, 그만큼 삶의 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거든요. 그 때 읽었던 책들도 제 인생관에 많은 영향을 주었구요.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은 제 기준에서는 아주 성공적인 몰입이었던 것 같습니다.






# 4. 얻을 수 있는 교훈


이렇게 가다간 제 자서전을 쓰게 될 것만 같아서.. 기억들을 나름 정리해보고 마무리를 지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몰입기간이 효과적이려면, 제가 자발적으로 목표를 정하고, 제가 자발적으로 몰입을 시작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의 시험기간은 자발적이지 않았고, 그래서 성적은 분명 좋았지만, 그 결과는 제게 자부심이 된다거나 자존감이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고등학교 시절의 자아성찰은 성적, 결과와는 연결되지 않았지만, 제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제가 성인이 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아마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집에서 떨어져 지내다보니 이런 자발적 몰입이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오늘 얻을 수 있는 결론은, 한 마디로 자발적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결과가 좋고, 사회적으로 알아주는 결과이더라도 제가 자발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방향을 설정한 것이 아니라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반면에 사회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제가 자발적으로 몰입했다면, 그건 제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거죠.


제가 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본인의 인생을 부모님께 뺏기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당당히 본인의 인생을 사셔도 되구요. 아직 부모에 대항할 힘이 없으시다면, 속으로라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쉽진 않지만요. 그리고 우리 부모님들은 부디 자식의 인생을 대신 사시지 마시고, 본인의 인생들을 사시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갑자기 이야기가 샜지만, 결국에 몰입은 자발적으로 시작해야하고, 자발적으로 유지해야하고, 자발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우리 인생에 도움이 된다! 몰입의 평가도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라는 게 오늘의 교훈인 것 같습니다ㅎㅎ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결론이 너무 급조된 것 같은가요? 그러면 여러분들의 지나간 몰입은 어떠셨었나요? 댓글로 공유 부탁드리고 마쳐보겠습니다.


다음엔 ‘해야 해서’ vs ‘하고 싶어서’, 이런 몰입에 있어 자발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과학적으로, 이론적으로도 알아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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