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을 극복하는 힘> 리뷰 1
사람들은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 그 스트레스란 도대체 무엇인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어떤 관계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여태껏 읽었던 심리학 책중에 가장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 같다.
1. 스트레스란 무엇인가
우리의 신경생물학적 구조는 20만 년 전 동굴에서 살던 조상들과 같이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을 감지하고 살아남도록 설계되었다. 위험을 감지하면 바로 스트레스가 각성된다.
스트레스 각성이란, 당장의 생존을 위해 장기적 욕구에서 즉각적 욕구로 에너지를 전환하는 상태를 말한다. 일단 눈앞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바짝 긴장했다가 위기가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치유, 성장 그리고 생식에 관한 일에 집중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니까 스트레스는 우리 조상들이 죽지 않기 위한 생존 필살기였던 것)
열받는 일이 있거나 업무실수를 한다거나 시험을 준비하는 상황은 늑대나 호랑이와 맞서 싸우는 상황과는 전혀 다른 위협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조상들이 호랑이 입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용한 것과 같은 반응을 동원한다. 아쉽게도 우리 심신 체계의 기본 배선은 20만 년 동안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것이다. (왜 진화를 안 하는데ㅜㅜ)
2.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우리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는 사회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람들은 가끔 스트레스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왠지 힙하고 멋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 성과를 내기 위한 대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밤늦게 일하고 아침에 피곤에 찌들어 문을 나서면서 "나 좀 멋있는데"하는 생각 해본 사람이 없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 낭만화되었다. 반면에 트라우마는 나약함과 의지박약으로 비치기에 사람들이 선뜻 인정하기 싫어한다. 이것은 사고 뇌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분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생존 뇌에서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다르지 않다. 둘 다 심신 체계의 연속선상에 있는 내적 반응일 뿐이다. 즉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기반이 같으며, 둘 중 어느 것을 겪게 될지는 우리의 생존 뇌가 사건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책은 뇌를 2가지로 분류한다.)
사고 뇌: 의식하고 생각할 수 있는 뇌 영역 (신피질)
생존 뇌: 의식할 수 없는 뇌 (변연계, 뇌간, 소뇌)
여기서 간략히 얘기하자면: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자신의 '통제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트라우마를 겪을 확률이 높다.
3.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
생존 뇌는 냄새, 시각, 소리, 촉각, 맛, 신체적 감각 그리고 생각, 감정 등을 스캔하고 그 자극이 위협적인지 확인한다. 평가 과정은 생존 뇌의 무의식적 학습과 인생 초년기의 경험에 기초하므로 사람마다 다르다. 두 사람이 동일한 스트레스 요인에 직면하더라도 각자의 뇌는 완전히 다른 판단을 내리고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는 수준도 전혀 다르다.
여기서 스트레스 요인이란 새집을 구매하거나, 직장에서 승진하거나, 임신을 하는 도전적인 일도 포함된다.
외부 요인 외에 우리의 신체적 내부 요인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데 여기에는 질병, 신체 부상, 만성 통증, 배고픔, 수면 부족 그리고 침습적 사고가 해당된다.
그리고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게 없는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는데 그게 바로 '예상'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걱정하는 것 역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생존 뇌가 위협이나 도전적인 일을 감지하면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가 각성된다. 이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 스트레스가 각성되면 우리의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4. 스트레스를 받을 때의 신체
앞에서 말했듯이, 스트레스가 각성되었다는 것은 장기적 욕구에서 즉각적 욕구로 에너지를 전환하는 상태를 말한다.
일단 생존 뇌가 위협을 감지하면 내분비계에 메시지를 보내 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아드레날린은 심박수를 증가시켜 장기와 팔다리로 혈액을 빠르게 펌프질 해서 보낸다. 싸우거나 도망칠 수 있게 큰 근육들이 빨리 움직여야 하니까. 또 호흡수를 증가시켜 폐가 더 많은 산소를 흡수하게 하는 동시에 온몸으로 포도당을 방출시켜 뇌가 집중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동시에 혈류는 소화기관과 멀어지는데 이 때문에 가슴이 벌렁거리고 메스꺼움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 10분 동안 살아남지 못하면 아까 먹은 식사를 소화하는 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아드레날린은 피부로 이어지는 혈관을 수축해 짐승에게 할퀴었을 때 대량 출혈 상태를 방지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피부가 차갑고 머리가 쭈뼛쭈뼛 곤두서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다음 생존 뇌는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2차 평가를 진행한다.
나에게 이 스트레스 요인에 대처할
자원이 있는가?
평가 결과에 따라 내분비계(특히 HPA 축)는 스트레스 수준을 조절하는 단계에 돌입한다.
a. 만약에 생존 뇌가 내부 또는 외부 자원이 있다고 판단하면 스트레스 활성화 수준을 원상태로 되돌린다.
b. 만약에 자원이 없다고 판단되면 스트레스 활성화를 증폭하게 된다. 즉 포도당을 더 늘려 에너지를 동원하는 호르몬들을 활성화한다. (여기서 호르몬: 백혈구를 몸의 ‘전투기지’에 보내는 코르티솔, 고통의 인식을 무디게 하는 엔도르핀, 자율신경계를 방어모드로 설정하는 바소프레신)
그리고 HPA 축은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 그리고 에너지 저장을 지시하는 인슐린을 억제한다. 당금 살아남지 못하면 성장, 생식, 에너지 저장 같은 장기 프로젝트들이 다 소용없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의 몸의 변화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5. 스트레스가 활성화되었을 때 뇌에서 벌어지는 일
생존 뇌의 학습은 사고 뇌를 우회하고 무의식적으로 진행된다. 이런 빠르고 암묵적인 학습은 주로 편도체에서 이루어지는데,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을수록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기억한다. 위험한 사건일수록 거기서 많이 배워야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사실 대부분 생존 뇌의 암묵적 학습을 통해 조건화된 것이다. 편도체가 그 일을 과거에 위협적으로 인식한 것과 연관 짓고 또 그 일과의 유사성을 기초로 다른 상황들로 일반화한다.
암묵적 기억은 단지 사실이나 정보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신경계 반응, 신체 감각, 근육과 근막의 긴장, 몸의 자세, 감정, 방어 행위에 사용되는 근육의 움직임 패턴 등이 포함된다. 이런 감각 반응과 운동반응은 미래에 유사한 위협에 직면할 경우를 대비해 생존 뇌의 레퍼토리 일부로 조건화된다.
스트레스선상에서 트라우마로 넘어가면 생존 뇌는 어떻게 될까.
트라우마를 겪는 동안 생존 뇌의 암묵적 기억 체계가 손상된다. 생존 뇌는 트라우마를 겪는 동안 통제력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는데 이런 무력감은 그 후의 암묵적 학습에 깊이 뿌리내린다. 생존 뇌는 트라우마 사건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트라우마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고 믿게 된다. 즉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는 능력을 상실한 것인데, 이는 또 트라우마 재연을 부추기게 된다.
트라우마를 겪은 후 생존 뇌는 트라우마와 관련된 어떤 단서에든 지나치게 민감해진다.
생존 뇌가 트라우마를 겪을 때 포착한 정보는 저마다 하나의 기억 캡슐이 되어 저장된다. 기억 캡슐에는 그때의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감각정보가 있고 또 신체의 움직임, 신체 자세, 신체 감각, 감정 등이 포함된다. 각 기억 캡슐은 생존 뇌가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활성화되어 있어 쉽게 촉발된다.
만약에 생존 뇌가 미해결 된 기억 캡슐과 유사한 단서를 감지하면 기억 캡슐을 자극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의 심신 체계는 마치 트라우마가 현재 다시 진행되는 것처럼 반응하게 된다. 트라우마 당시 느꼈던 공포와 무력감을 다시 경험하는 것이다. 그 어떤 유사한 단서로 인해 기억 캡슐이 자극된다는 것은 마치 미해결 된 트라우마가 보관된 방으로 들어가는 수많은 무의식적 출입구가 존재하는 것과도 같다. (섬뜩!)
내가 책을 읽으며 가장 주의 깊게 봤던 부분은, 과거 트라우마 때 겪었던 감정과 감각들이 외부 사건과 전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스트레스 각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괴로운 생각, 얕은 호흡, 메스꺼움, 근육 긴장 심지어 특정한 신체 자세까지 스트레스 각성의 내부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사고 뇌는 왜 또 스트레스가 생겼는지, 언제 어떻게 트라우마가 촉발됐는지 알기가 힘들다.
스트레스를 겪을 때 생존 뇌는 감정과 신체 감각을 유발하는데, 우리는 이 결과를 확인할 뿐이다. 스트레스의 각성 수준이 매우 높거나 만성적으로 코르티솔 수치가 계속 높아진다면, 사실 사고 뇌도 기능이 저하된다. 기억 기능이 손상되고 정보를 취합하여 판단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해마의 뉴런들이 수상돌기를 상실해 신경망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예전에 써놨던 내용이다.
(물론 좀 더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음)
이 책의 리뷰는 시작한 지 2년이 다 돼간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기에, 이대로 발행하고
남은 부분은 다음 편에 간략하게 작성할 예정임.
어떻게든 마무리 지어야 하니까. 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