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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의사는 나에게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라고 말했다. 아뇨, 10분밖에 안 기다렸는데... 하며 나는 손사래 쳤다. 그 손짓은 너무 소심했기 때문에 의사가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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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턱이 아파서 갔었다. 그날 원장의 첫인상이 얼마나 좋았는지, 그냥 그분을 보러 치과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실 원래 같았으면 사랑니 뽑는 걸 계속 미뤘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 원장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그에게라면 사랑니 발치를 맡겨도 마음이 편안하겠다-싶었다. 그래서 용기가 생겼고, 전화를 걸어서 발치 예약을 잡았다.
발치하는 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고통도 없었다. 그의 손짓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걸림이 없었다. 발치 후에도 치통은 거의 없었고 붓기도 거의 없었다.
안녕하세요. 네 말씀하세요. 더 궁금하신 건 없으세요? 힘드시죠. 아프시면 또 오세요. 그가 하는 말들은 선했고 듣기에 편안했다. 그리고 환자의 말을 가로막는 법이 없었다. 그는 항상 환자의 말을 먼저 듣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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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이런 의사는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친절하면서 유능했고 믿음이 갔다. 그에게 나의 모든 걸 맡겨도 될 것 같았다. 이 치과에만 다닌다면 내 치아에 대해서는 평생 걱정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