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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없이 웃으며

24

by 자오

먹구름도 아닌, 평범한 뭉게구름처럼 우울이 몰려왔다. 그 안에서 노래 가사 하나가 떠올랐다.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무슨 노래일까, 가사를 검색해 보니 <나는 문제 없어>라는 희망찬 노래였다.

많이 힘들고 외로워도 문제 없이 웃으며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 분명 있겠지. 그리고 그렇게 산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겠지. 예를 들어 사랑니 하나를 뽑더라도 혼자서 심각한 표정으로 치과에 가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무섭더라도 유쾌하게 치과에 가는, 그런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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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초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어떤 피아노 학원을 발견했다. 내가 옛날에 다녔던 피아노 학원과 이름이 같았다. 혹시 옛날의 그 학원이 이곳으로 옮겨온 걸까? 나는 걸음을 늦추며 학원 안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기억하는 선생님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을까 해서. 그 순간 나는 햇빛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는데, 안에 있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고개를 돌려 갈 길을 갔다. 멈춰서서 밝은 표정으로 그 안을 들여다봤다면 좋았을 텐데. 무슨 일을 마주하든지 나는 무거운 마음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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