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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아. 지옥의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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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오

사랑니 발치 6일차다. 어째서인지 금요일(4일차)부터 아프기 시작하더니 주말 내내 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처방받은 약은 이미 다 먹었고, 치과는 일요일 정기 휴무다. 나프록센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


형이 아빠 먹으라고 주문해 준 뉴케어(건강 음료)가 없었더라면 큰일 날뻔했다. 죽도 간신히 먹는 정도라서, 뉴케어 같은 유동식이 한 줌의 희망이자 하나의 동아줄이다.


육안으로 봐서 구멍은 보이지 않는다. 구취가 심하지도 않다. 가만히 있으면 괜찮은데 입을 움직이면 찌르듯이 아프다. 드라이 소켓은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아픈 걸까? 매복 사랑니를 뽑고 나면 원래 이 정도는 아픈 걸까?


정신이 혼미하다. 다른 얘기를 주절거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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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플 하나를 쓰지 않기 시작하면서 여드름이 하나둘 올라온다. 선크림을 며칠 안 바르니까 또 잠잠하다. 그동안 선크림 때문에 올라오던 여드름을 앰플이 잡아주고 있었던 걸까? 선크림을 평생 안 바를 수도 없고, 난감하다.

붉은 여드름에는 애크논 크림이 효과가 좋다. 주의할 점은 막 올라오려 할 때 발라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어느 정도 올라온 상태에서는 발라도 크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내 경험상 그렇다.

좁쌀 여드름은 어지간해서는 올라오지 않는다. 각질 제거를 충분히 해줘서 그런 것 같다.



유년 시절엔 참 많이 다쳤다. 후시딘이 필수였다. 투박하게 만들어진 시멘트 계단을 오르다 발을 헛디뎌 정강이가 확 쓸려서 피범벅이 된 적도 있었고, 동네 형을 따라서 돌멩이를 던지다가 그게 내 머리 위로 떨어져 머리가 찢어진 적도 있었다. 그땐 참 거칠게 살았다. 19세기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 시대도 나에겐 거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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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자려고 저녁약을 꺼냈다. 하루의 끝에서 알아차린 사실인데, 오늘 아침약 먹는 걸 깜빡했다. 통증 때문에 우울증 약 먹는 것도 잊고 있었다. 주말 내내 간신히 허기만 채웠다. 입을 움직이기만 해도 아파서 말하는 것도 파파고한테 넘겼다. 맛있는 걸 먹고 싶다. 시원하게 양치하고 싶다. 아프니까 불안하다. 괜찮을 거라고 되뇌지만. 괜찮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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