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베란다에서 금빛 햇살이 일렁이고 있었다. 열어놓은 창에서 주말 아침의 공기가 파도를 타듯 오고 갔다. 하늘은 파랬고 나는 붉었다. 치통으로 부어오른 볼을 부여잡고 홀린 듯 베란다로 향했다. 충분히 데워지지 않아 아직 시원한 아침 공기가 따스한 햇살과 함께 불어와 나를 감쌌다. 마주 선 아파트 단지 너머로 산이 푸르렀다. 모형같이 조그만 나무들 사이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화로웠다. 창가에 쭈그려 앉았다. 멀리 아파트 어딘가에서 누군가 창을 열고 이불을 털었다. 이불 터는 소리가 햇살에 눌려 먹먹하게 들려왔다. 아득했다.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앉았다. 속눈썹 위로 햇살이 내려앉았고 게슴츠레 뜬 눈 사이로 빛이 반짝였다. 바람은 내 옆을 조용히 지나갔다. 그 산들바람에 왠지 세탁물의 보드라운 내음새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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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난 뒤 다시 베란다를 봤을 때, 아까의 그 느낌은 사라져 있었다. 아침 공기와 오후의 공기는 왜 그렇게 사뭇 다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