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면접 그 사이
조리 있게 말하는 게 어려워요.
다양한 사람들의 면접을 도와주고 상담을 해주면서 많이 하는 말이다.
차라리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어떨 때는 고맙다고 느껴진다. ‘말하는 게 어렵다’라는 말조차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으니까.
최근 들어 대화가 안 되는 사람부터 어떤 말에 이해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마도 코로나19로 대화 단절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처음은 누구나 조리 있게 말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예전에는 수업을 하면서 답답할 때가 많았다.
인사조차 입을 떼지 않거나,
“오늘 뭐 타고 왔어요?”라는 질문에도 입을 열지 않았던 사람도 있었다. 대화 단절이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색하다고 하는 사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 누군과와 인사조차 어려운 사람 등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조리 있게 말 잘하는 사람들도 어떨 때는 자신이 말을 못 한다고 주눅이 든 채 오기도 한다.
사실 말이라는 게 누군가와 계속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네, 아니오 답변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청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한 채 부모 뒤에 숨어 대신 말해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평생 공부만 하여 자신이 말을 잘 못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거다, 안타깝기도 했다.
자신의 역량을 어필해야 하는 시대임에도 스스로 말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채 이제는 디지털에 의지해서만 말하게 되어 버린 거다.
나도 말은 못 했다. 의견조차 내지 못한 채 네, 아니오만 답하고 말 못 하면 얼굴이 홍당무로 변하기도 했다.
말을 못 해 뒤에서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다.
눈이 퉁퉁 붓다 못해 얼굴이 부어 스스로 창피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웃긴 건 성격이 급해 조별과제를 할 땐 빨리 끝내고 싶어 벌벌 떨면서 발표는 늘 나서서 했던 거다. 적극적일 거라 볼 수 있지만 하고 나면 늘 울었다.
왜 우는지 조차 모른 채 울었다.
나의 경우 말을 잘해야겠다는 계기가 있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첫 면접을 보러 갔다.
그때 면접을 진행하던 분이 말을 잘 못하고 쑥스러워하며 짧게 답하는 모습을 보며 점점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 있었다.
당황해 심장이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었다.
“자소서 내용은 정말 밝은 사람처럼 느껴졌는데 다른 느낌이네요 “
그 말에 친해지면 밝은 사람이다라고 말을 했지만 이미 그분은 내가 마음에 안 들었는 듯하다.
짧은 면접을 끝내고 면접비를 주며 했던 딱 한 마디 하셨다.
“다른 데 면접 가서 그렇게 답하지 않는 게 좋겠네요 “
그 말과 함께 인사도 받지 않고 가버리셨던 그 뒷모습…첫 면접이자 최악의 면접인 그 순간을 절대 잊을 수야 없지.
결국 나와서 또 울었다.. 내 뺨을 툭툭 때리면서 멈추려고 했지만 멈춰지지 않았고 한 여름에 사람들이 쳐다보든지 말든지 눈물을 훔쳤다.
아주 최악의 순간에 내가 달라져야겠다는 계기였다.
그때부터 어떻게 면접을 보면 좋은지 자소서 내용과 내가 어떤 부분이 다른지 스스로 분석했다.
그땐 면접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학원이나 강의가 있는지도 몰랐다.
뭐든 스스로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질 못했다.
집에 오자마자 답변을 곱씹으면서 어떻게 답변을 하면 좋았던 건지 그 부끄러워 던 순간을 계속 떠올리면서 정리하고 수정해 갔다.
덕분에 결과 상관없이 면접을 볼 때마다 자신 있게 답했고 어떤 사람과 만나더라도 먼저 말 걸고 다양하게 대화를 해보려고 시도했다.
그 결과 지금 누군가에게 면접과 말하는 것에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던 거라 생각된다.
말하는 것도 면접을 대비하는 것도 스스로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해보려는 그 작은 시도말이다.
곧 퇴사를 앞두고 있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말을 해보고 말을 잘할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더 전문성을 높여야겠지.
브런치 덕분에 무언가 얘길 하거나 새로운 글 쓰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또 새로운 역량이 쌓여가는 듯하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과 자신감을 가지며 말할 수 있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