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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Jul 18. 2020

멸망한 세상도 꽤 살만하더라고요

영화 <반도(Peninsula)>


스틸컷 배경에 모티브를 준 공간은 바로 구로디지털단지역 3번 출구. 여러모로 출근하기 참 쉽지 않다.




2016
,  세계 영화팬을 <부산행> KTX 태웠던 좀비 재난 블록버스터가 4 만의 속편 <반도> 돌아왔다.

부산이 ‘최후의 보루’라며 안도했던 사람들은 애석하게도(?) 영화표를 다시 사게 생겼다. <반도>는 전대미문의 재난이 벌어진 <부산행> 4년 후를 그린다. 모로 가도 부산만 가면 살아남을 거라 생각했던 우리 바람과 달리, 대한민국의 국가 체제는 붕괴되고 세상에서 철저히 고립됐다. 이제 비좁은 기차 칸을 벗어나, 좀비가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건물 곳곳에서 폭탄처럼 터져 나오는 상황까지 다다랐다.

주인공 ‘정석’(강동원)은 폐허가 돼버린 반도를 탈출하는 데 가까스로 성공하지만, 나라를 잃은 난민 신세는 벗어날 수 없다.
나라가 없어졌으니 국적도 없고, 일자리를 구할 수 없으니 당연히 돈도 없다. 가난보다도 서러운 건 차별이다. 살아있는 좀비 취급을 받으며 매일을 독기로 버텨온 그는 어느 날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반도로 다시 들어가서 돈이 들어있는 트럭을 빼오면 250만불, 한화로 30억원을 준다는 것. 이렇게 반도로 되돌아온 자, 반도에서 살아남은 자 그리고 반도에서 끝내 미쳐버린 자의 사투가 시작된다.


좀비보다 사람 조심합시다


<부산행>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타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악을 그렸다면, <반도>가 묘사하는 악은 더 잔혹하다. 순수히 ‘재미’를 위해 사람 목숨이 놀이로 소비된다. 한때 민간인을 지키던 631부대는 좀비에서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을 ‘들개’라고 부르며 투견장에 집어넣는다. 현대판 검투사들이 버텨야 되는 시간은 2분. 운 좋으면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버려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좀비가 아닌 사람 때문에 결국 죽는 거다.

무력감에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서 대위’(구교환)나, 잔인한 것을 그 자체로 즐기는 ‘황 중사
(김민재)나, 사람 목숨에 초코바를 베팅하는 군상이나, 모두 인간성을 상실했고 야만성에 미쳐버렸다. 이들과 달리, 좀비는 빠르고 위협적이어도 그저 불을 좇는 불나방 같은 존재일 뿐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좀비는 사람에 의해, 사람을 죽이는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좀비가 달려드는 장면보다 누군가 숨어서 지켜보는 듯한 앵글이 그래서 더 섬뜩했다. 해할 의도가 분명하니까.



너와 내가 있기에 꽤 살만한 아포칼립스


좀비로 폐허가 된 땅에서 누군가는 “신이 우리를 버렸다”고 하고 누군가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세상”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상식을 핑계로 사람을 외면하고, 누군가는 “많이 무서웠겠다
며 사람을 구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살릴 뿐 아니라, 아이들이 어른들을 살리기도 한다. 때로는 죄책감에서 비롯된 희생일지라도, 하나의 용기가 또다른 용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서로에게서 구원을 찾는 과정에서 속도감과 타격감 넘치는 카체이싱 액션이 펼쳐진다. 더욱 거세진 대규모 좀비 떼, 그리고 더욱 악한 빌런과 맞서기 위해 각자 가진 ‘만렙 전투력’이 소개된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를 다루지만 누군가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누군가에겐 유일한 희망인 ‘제인’이 있어서 살만한 세상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도 마찬가지다. 날은 점점 더워지고 언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진 아무도 모르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하늘길, 땅길, 뱃길도 막힌 상황이 마법같이 ‘짠’하고 풀리길 바라려면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다. 너와 내가 있어 그리 나쁘지 않은 세상이다, 지금도. 그러니 꿋꿋이 텐션 잃지 말고 살아남아 ‘제인’을 기다리자.




<반도(Peninsula)>

개봉 |  2020년 7월 15일

감독 |  연상호

출연 |  강동원(정석), 이정현(민정) 外

등급 |  15세 관람가

(이미지 출처: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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