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재 Dec 15. 2020

Read to live: 읽고, 또 읽어요 (1)

카카오프로젝트100 영산매 회고

Avoiding death, but certainly not living.


매일이 다정할 수는 없지만 돌이켜보면 올해는 유난히 매정했다. 뉴욕타임스가 여섯 단어로 팬데믹 시대를 말한 것처럼, 사는 게 사는 것 같지도 않고 예상치 못한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계절은 지나가고 연말이 왔다. 원래 연말 하면 시상식 시즌 아닌가. 고마움을 표현하고 서로 부둥부둥 치켜세워주면서 내년엔 더 잘해먹자고(?) 다짐하는.


한 해 동안 내가 꿋꿋이 잘 버틴 데는 ‘영산매 도움이 컸다. 시즌1은 영어를 접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려보겠다는 파이팅 넘치는 의지에서 시작했지만, 시즌2는 달랐다. 허덕이는 순간이 올 때마다 한 문장, 한 문장 속에서 헤엄치면서 단단해지고, 휩쓸려가지 않으려 글을 읽었다. 한 사람의 글은 그 사람의 세계를 보여준다고, 메일함에 들어온 뉴스레터, 동료가 추천해준 기사, 영화나 드라마 리뷰를 찾아 읽을 때는 작성자의 세계를 잠깐이나마 여행하는 시간이었다. 요새 누가 긴 글을 읽냐며 묻는 사람도 많았지만 모든 여행이 그 나름의 의미가 있듯, 좋은 글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에는 한 분야를 편식하기보다 넓게 디깅했는데, 내 취향을 저격한 표현을 아카이빙해둘 겸 ‘존버에 도움이 된 글 10편을 소개한다. 쓰다보니 길어져서 포스트 2개로 나눴다. 굳이 나누자면 첫 번째 포스트는 가벼운 에세이와 정치, 사회 이슈, 두 번째 포스트는 IT, 과학, 대중문화 위주다. 여느 때와 달리 조용한 연말에 따뜻한 차나 뱅쇼와 함께 원문을 완독해보시길 권한다. #영산매오래오래해먹어요우리





1 |

“공감 능력은 암기나

연습으로도 기를 수 있어요.”


[The New York Times] Somewhere Inside, a Path to Empathy

Do you often talk about your special interests whether or not others seem interested? Who’s not interested in cleaning-product slogans? Do you rock back and forth or side to side for comfort, to calm yourself, when excited or overstimulated? Where’s the hidden camera? Do you get frustrated if you can’t sit in your favorite seat? Friendships have ended over this. (...) There was no longer anywhere for Hyde to hide. (...) But that day in Kristen’s office was a watershed moment for me, and ultimately for us. (...) Her objective: re-invent our marriage. Her first mission: figure out how to get me to communicate. (...) But I’ve learned that people can develop empathy, even if by rote. “Can we talk?” And instead of shutting down and freezing her out with silent brooding, I’m able to provide an equally magical response: “Yes.”


‘모던러브’는 사랑과 관계를 다루는 뉴욕타임즈의 인기 칼럼 코너다. 읽다보면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에 감동받기도 하는데, 이번 글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진단받은 화자가 아내와의 관계를 다시 쌓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특정 질병과 접점이 없더라도,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누구나 공감가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하이드에게 숨을 곳이 없었다는 비유, 아스퍼거 진단 테스트에 대한 답변 등 재치있는 표현이 많은데, 그 뒤에 얼마나 큰 고통이 있었을지. 암기 학습을 뜻하는 ‘develop sth by rote’에서 드러나듯, 수없이 많은 연습으로 서로를 견디고 관계를 함께 이끌어간 모습이 대단하다. 덧붙여 <해리포터>의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오디오 녹음을 맡았는데, 목소리가 문체와 찰떡같이 잘 어울려서 더 몰입된다.


2 |

그때  시절의 소년을 사랑해요.”



[The Guardian] Booker winner Douglas Stuart: ‘I owe Scotland everything’

Poverty, misogyny, homophobia, addiction and sectarianism are all touched upon but, above all, this is a love story between a mother and her son. (...) “I love the boy I was. It wasn’t always easy but I wanted to conjure that world.” (...) “I owe Scotland everything,” he says. Fear and determination drove him on to finish high school while living on his own in a hostel after his mother’s death. It took him through college where he studied textile design, before going on to become a knitwear designer and then vice-president of Banana Republic; quite a journey for a poor boy from Pollok. “There was no reverse gear,” he says. “There was nowhere to go back to.” And now he has been awarded one of the world’s most prestigious literary prizes for his first novel.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더글러스 스튜어트가 자전적 데뷔 소설 ‘셔기 베인’으로 올해 부커상을 수상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손꼽히는데, 셔기 베인은 1980년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태어나 알코올 중독자인 어머니와 함께 사는 주인공의 성장기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이한 점은 작가인 더글러스 스튜어트의 경력. 스튜어트는 미국 뉴욕에서 캘빈 클라인과 랄프 로렌, 바나나 리퍼블릭 등 유명 패션 업체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가디언지는 화려한 경력 뒤에 성소수자로 가난에 허덕이며 살았던 작가의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낸다. 인터뷰를 읽으면서 경력도 경력이지만 강철 멘탈에 놀랐다. 스튜어트는 소설 출간까지 32번이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한 말은 리버스 기어는 없다고.


3 |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건

오롯이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Huffpost] AOC Gave The Most Important Feminist Speech In A Generation

Dehumanizing language is not new. And what we are seeing is that incidents like these are happening in a pattern. This is a pattern of an attitude towards women and the dehumanization of others. (...) And so, what I believe is that having a daughter does not make a man decent. Having a wife does not make a decent man. Treating people with dignity and respect makes a decent man. And when a decent man messes up, as we all are bound to do, he tries his best and does apologize. Not to save face, not to win a vote. He apologizes genuinely to repair and acknowledge the harm done so that we can all move on.


미국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줄여서 AOC라고 많이들 부르는) 하원의원이 의회에서 발언한 전문을 담았다. AOC는 자신에게 성차별적인 폭언을 퍼부은 공화당 소속 테드 요호 하원의원의 사과를 거부하면서, 차별적이며 폭력적인 언행이 일상에서 “패턴”으로 자리잡았다고 지적했다. <피렌체의 식탁> 뉴스레터를 읽다가 그의 발언을 처음 접했는데, 명문임을 직감하고 바로 동영상을 켰다. 대본도 없이 명확한 딕션으로 이런 스피치를 했다는 게 대단할 따름.


4 |

“운전하고 또 운전하고, 계속 운전하는데

제 목적지가 어딘지는 모르겠어요.



[The New York Times] ‘They Were Conned’: How Reckless Loans Devastated a Generation of Taxi Drivers

As lenders loosened standards, they increased returns. Rather than raising interest rates, they made borrowers pay a mix of costs — origination fees, legal fees, financing fees, refinancing fees, filing fees, fees for paying too late and fees for paying too early, according to a Times review of more than 500 loans included in legal cases. (...) “I mean, it wasn’t really a loan, because it wasn’t being repaid.” (...) The scars left on cabs after medallions were removed. (...) “It’s an unhuman life,” he said. “I drive and drive and drive. But I don’t know what my destination is.”


올해 퓰리처 탐사보도상을 받은 뉴욕타임즈 기사. 호흡이 길지만 현장 인터뷰 사진과 동영상이 적절히 녹아있어 르포성 다큐를 보는 듯하다. 택시 면허를 비싸게 사들였다가 가격 폭락으로 빚더미에 앉은 뉴욕 택시 기사들의 실태를 다룬다. 택시 면허 사업, 고금리 대출, 이민자 빈곤 문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들이 얽히고 설켜있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고향을 떠나 생면부지의 나라로 온 사람들인데 이들을 배려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은커녕 합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빈곤이 구조화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돈을 갚을 수 없으니 사실상 대출이 아니었다는 표현, 번호판이 뜯긴 자리가 흉터처럼 남은 사진이 특히나 서늘하다. 내 주변 이야기처럼 읽었다.


5 |

“다 알아요. 당신이 설레고 초조하다는 거.”



[The Skimm] Daily Skimm: Election Day is Here, Vienna Terror Attack, and a “Baby Shark” Record

Election Day is here. I'm excited. I'm nervous. I'm all the things. We feel you. (...) Election Day is always a big deal. But this year, the stakes are even greater as Americans face an ongoing pandemic, high unemployment, a climate crisis, and a reckoning over systemic racism. You have the power to choose who represents you on the local, state, and federal level on these issues and countless others. So if you haven't done so already: vote. It matters.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뉴스레터가 몇 있는데, 더스킴도 그중 하나다. 입담 좋은 똑똑이 친구가 야 들어봐, 꿀잼 얘기 하나 던진다는 느낌의 문체에다,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흐름도 명쾌하기 때문. 5~10분 정도 짧은 시간에 퀵하게 완독할 수 있어 퇴근길에 즐겨 읽는다. 미 대선 당일 배포한 뉴스레터 역시 재밌게 읽었다. 누군가 미 선거를 보고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트루먼쇼> 같다고 말했는데, 더스킴은 상황별 대선 결과를 예측하면서 유권자가 가장 궁금해할 만한 점들을 긁어준다. 내용은 깔끔하면서 굵직하게 임팩트를 날리는 표현이 눈에 띈다. #Itmatters.

작가의 이전글 픽사의 ‘잊혀지고 싶지 않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