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 벌어진 술자리에서 나에 대한 뒷담화가 오고 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다.
이미 떠날 회사라고 단정 지어버린 지금 그들의 욕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은, 그렇게 나를 욕한 사람들은 이 회사에 참 오래도 다니겠다 싶었다.
왜 회사의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나는 걸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처음 다녔던 직장에 정말 일 잘하는 부장이 있었다. 30대 초반 어린 나이에 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 정도로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회사에 헌신한 만큼 대우받지 못한다고 느끼자 바로 사직서를 던졌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녀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참석한 회의에서 한 말을 잊지 못한다.
'그건 회사가 알아서 할 일 아닌가요?'
그 말에 회의 자리에 있던 누구도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 회의 자리에는 이곳에 남을 절대다수의 무리와 홀로 선 그녀가 있었다. 그녀가 퇴사하자 너 나할 것 없이 그녀를 욕하기 시작했다. 그게 내가 처음 본 퇴사자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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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모습은 그녀와 닮아 있다. 회사의 무리는 나를 손가락질하며, 자신들은 무리에 속해 있다며 내심 안도해한다. 어제 나를 욕한 옆자리의 직원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애쓴다'라고.
직장은 일을 잘하든, 정치를 잘하든, 하물며 붙어 있기라도 잘하든 뭐라도 해야 매 달 돈 몇 백이라도 받을 수 있는 법이다. 단지 방식에 차이다. 그렇게라도 남아 있고 싶다면 남는 거고, 아니면 떠나는 거고.
팀 패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에는 '그만두는 것'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다음으로 넘어간다는 뜻이다. 뭔가가 당신을 수긍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이 뭔가에 수긍할 수 없어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불평불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선택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걸음이다. 직장이든 습관이든, 그만둔다는 것은 꿈을 향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아름다운 선회다."
떠나는 사람을 비난하며 남는 자신의 모습을 안도해했던 그 사람들은, 지금도 그 작은 회사에서 남 욕이나 하며 앉아 있다. 본인이 원하는 모습이 그것이라면 그들처럼 해도 좋다.
아마 몇 년 후 당신의 모습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