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현아 Oct 22. 2022

그들은 고여 있었다.




7년 간 회사를 다니며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나왔다. 역마살이 낀 탓인지 회사를 계속 옮겨 다녔다. 그러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 눈치는 빨라지고, 사람에 대한 판단도 빨라졌다. 그들의 이력만 대충 읊으면 그 사람의 성향에 대한 판단이 선다. 물론 이 판단력이 사람과의 관계를 만드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필요 없는 사람이라 생각되면 선 긋기 일쑤니까.


어쨌든 내가 본 그들은 고여 있었다.

그들의 몸에서는 비린내가 났다. 빨래를 덜 말렸을 때 비린내가 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걸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주변에는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을 테니까. 서로의 비린내를 눈치채진 못했을 것이다.


.

.


왜 사람들은 회사의 고인물들을 증오할까? 어떻게 보면 그것도 그들이 살아온 방식 중 하나일 텐데.


아마도 진짜 문제는 그들의 감투와 책임지지 않은 성향에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책임지는 사람 치고 오래 다니는 사람을 볼 수 없다. 책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책임을 지지 않고 교묘하게 빠져나갔기 때문에 지금의 감투를 쓰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들에게 한 회사를 오래 다닌 이유를 물으면 여러 가지 핑계를 댄다. 아, 그건 물론 이직을 많이 해온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들의 핑계는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때가 많다. '여기보다 나은 곳을 찾지 못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등의 그럴듯한 핑계는 우물 안 개구리들의 목청껏 떠드는 울음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회사란 , 어디든 본인이 없어도 잘만 굴러간다. 본인이  회사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라고 착각하는  일종의 과신이다.  회사만 오래 다니면 그런 착각에 빠질 수는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가봐야 한다. 그래야 우물 밖이 어떤지   있는 법이다. 우물 안에서  잘났다고 울음소리 나 내는  아무 소용이 없다.


본인이 잘났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면 증명해 보여라.

당신의 오랜 경력이 다른 곳에서도 먹히는지 말이다.




이전 05화 사내 메신저의 덫에 빠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