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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현아 Oct 09. 2022

사내 메신저의 덫에 빠지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사내 메신저에 직원들이 경영진을 험담한 내용이 발각되어 회사가 발칵 뒤집힌 것이다. 그 채팅방에 있었던 모든 직원들은 각자 상황에 따른 징계를 받게 되었고, 경영진은 한동안 직원 사찰의 명목 하에 친한 직원들끼리 점심을 먹지 못하도록 하였다. 


네이트온이 발각된 경위는 대략 이러했다. 채팅을 하던 직원이 담배를 피우러 간 사이, 상사가 그 메신저를 훔쳐본 것이다. 자리를 비우면서 남이 봐서는 안 되는 내용을 떡 하니 모니터에 띄우고 간 직원도 문제지만, 그 메신저를 염탐한 상사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

.


사내 메신저는 직장을 다니는 한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는 덫이다. 직장 다니면서 타인에 대해 욕 한 번 안 했다고 자부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나는 걸리지 않겠지, 내가 욕하는 건 정당한 거야'라는 최소한의 자기 합리화를 하며 지금도 키보드를 두들길 것이다. 


물론 본인들끼리 욕하고 웃고 넘어갈 때 그 메신저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앞에서 말한 상황처럼 '타인'이 본 경우이다.


회사에서 메신저로 나눈 대화를 타인이 봤을 때 논란이 되지 않을 내용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걔 중엔 순도 100%의 타인에 대한 욕도 있겠으나, 오해를 한 경우도 있고,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닐 경우도 있다. 하지만 메시지의 일부를 캡처하여 보내는 순간 오해는 눈덩이 같이 불어날 수밖에 없다. 그 메시지를 보낸 사람과 그때의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일부만 보고 판단을 하게 되니 말이다.


우리도 언젠가 이 덫에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걸리는 게 두려워 덫에 놓인 탐스러운 먹이를 포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저 걸린 사람이 운이 나빴던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언제 걸릴지도 모르는 덫 때문에 타인을 욕망하는 유희를 버리는 건 쉽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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