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현아 Oct 01. 2022

남에게 그럴싸해 보이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남에게 그럴싸해 보이기란 얼마나 쉬운가. 사람들은 자신은 적당한 가면을 골라 쓰고 세상에 나서면서도 남들은 가면을 벗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 또 자신은 단순하게 정의되는 걸 싫어하면서 남에 대해서는 다 아는 듯이 판단하곤 한다.'


정문정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에 나오는 말이다.


출근할 때 입을 옷을 고르듯, 자신을 그럴싸하게 보이게 하는 적당한 가면을 쓰고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이걸 잘하는 사람은 회사에서 유능한 존재로 평가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괜찮은 성과, 적당한 아부, 사람의 심리를 조종하는 대화의 기술, 그에 걸맞은 깔끔한 옷차림은 마치 그 사람들을 일 잘하고 성격도 좋은 사람인 것처럼 잘 포장해준다.


.

.


하지만 글쎄, 그 사람들은 정말 유능한 사람일까?

내가 만나 본, 적어도 한 자리씩은 차지하고 있던 그들은 능력보다는 타인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실력이 탁월한 사람들이었다. 한 성형외과 의사는 다른 신체 부위는 다 성형할 수 있어도 '눈빛은 절대 성형할 수 없다'라는 이야기를 한 걸 들은 적이 있다. 그 사람들이 그랬다. 아무리 나에게 매너 있고 젠틀한 태도를 취해도 그들의 눈빛은 자신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어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욕망에 찬 눈빛.

본인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타인을 짓밟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태도.


내가 경멸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나를 위하는 척했고, 나의 상황에 공감하는 척했다.

그리고 나를 이용했다. 자신들이 불리해지는 상황에 처하면 빠르게 발을 빼는  능한 사람들이었다. 본인보다 한참 어린 나를 먹잇감으로 매몰차게 던지며, 자신들의 이권을 챙겼다. 덕분에 나는 욕이란 욕은  먹고 퇴사하게 되는 상황에 수없이도 놓였었다.


스물다섯, 첫 회사부터 이런 경험을 한 덕에 나는 지금도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


오죽하면 내가 처음 상사에게 들은 이야기가 '친하지 않은 사람은 공적인 자리에서도, 사적인 자리에서도 예의를 지키지만, 친한 사람은 공적인 자리에선 예의를, 사적인 자리에선 편하게 대할 것. 그게 직장 생활을 하는 노하우라고'였을까.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이 말이 진리라는 거다. 사내 정치를 40년 정도한 상사의 내공은 역시 다르더라. 본인을 교묘하게 숨기면서 자신의 욕망을 챙길 수 있는 그의 노하우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뭐, 나를 이용해서 지금도 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걸 보면 노하우를 알려준 대가는 충분히 치른 것 같다.


능력 없어도, 인성이 보잘것없어도, 남에게 그럴싸해 보이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하지만 내가 만나본 그럴싸해 보이는 사람들 중 정말 그럴싸한 사람이 없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이전 02화 직장엔 타인을 좀 먹는 사람들이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