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마침표를 찍을 차례야. 그래야 되는 건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어차피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다 봤잖아. 삐끗하면 비극 되는 건 다 한순간이야."
BIG Naughty 노래 <마침표,>에 나오는 가사다.
퇴사하는 거? 생각보다 별 거 아니다. 마침표 하나 찍는 정도의 쉬운 일이다. 당장 다음 달 빠져나갈 대출 빚과 적금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면, 구태여 나가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삐끗하면 비극 되는 건 분명 한순간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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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퇴사를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평생직장은 다 옛 말이라는데, 마치 이 회사가 나를 언제까지고 부양해줄 것처럼 다니면 안 된다는 말이다. 술자리에서 이 회사가 너무 좋다고 열렬하게 애사심을 표현해봤자 나가리되는 건 한순간이라는 소리다.
내가 회사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순간은 언제나 '나의 성장이 멈춰있을 때'였다.
세상에는 10년 치 경험을 하는 사람과 1년 치 경험을 10번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항상 전자였다. 그래서 일을 하다 보면, 금세 일이 시시해졌다. 업무란 게 항상 새로울 순 없다. 회사에는 운영이란 것도 필요하니까. 하지만 업무적으로나, 사람적으로나 배울 게 없는 순간이 찾아오곤 하면 이 회사의 가치에 대해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삶의 가치와 저울질을 하기 시작한다. 이 회사가 앞으로의 내 시간을 쏟을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없다'라는 답이 나온다면 그 순간이 떠날 때이다. 이미 가치의 저울은 내 쪽으로 쏠려 있으니까.
'적어도 5년은 다녀야지.' '이번엔 좀 버텨봐야지.'
나도 안다. 그래야 한다는 걸.
그런데 그럴 수가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그 어떤 회사도 내가 앞으로 더 다닐 가치가 있다는 걸 입증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회사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게 나락이어도 따라갈 줄 직원들은 어디든 있다. 내가 아니어도 말이다.
지금 내겐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