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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작가 Aug 09. 2021

엄마 아빠는 어른인 줄 알았다.

나이 서른,

한 아이를 낳았지만 나는 아직 어리다.



뱃속에 아기를 품고 있으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꼬물꼬물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와 함께하는 일상을 그려본다.


남편과 내가, 우리가 만들어 낸 생명체구나. 우리가 사람을 만들어서 이 세상에 살아가게 하는구나.


남편은 이전의 직업과 완전히 다른 길로 이직을 하기로 했고, 사회에서 말하는 경력단절 여성은 내가 되었다. 무(無)에서 유(有)의 존재를 만들어낸 만큼 아기 용품도 하나부터 열까지 장만해야 했고, 당장을 떠나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운동장처럼 넓은 집에도 살아봤다가 먹고 싶은 과자의 가격을 보고 내려놓으며 자라기도 했다. 넓은 집에 있던 가구들을 새로운 집에 꾸역꾸역 넣어야 했던 그때, 마흔의 엄마 아빠.


막내인 나를 낳으신 스물여덟의 엄마, 두 아이와 가정을 책임지셔야 했을 서른 살의 아빠. 스물여덟의 나는 신혼생활을 즐기는 철부지에 불과했고, 서른 살의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어떻게 해나가야 좋을지 아직도 고민을 끝내지 못했다.



새로 이사 가야 할 집을 보러 다니며 다니는 초등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가려는 거라고 말씀하셨고, 그땐 전혀 알지 못했다. 함께 보러 다니는 집들이 지금 지내고 있는 집보다 좁고 오래된 집이었다는 점을. 새로운 집이라는 사실에 마냥 설레 하던 나를 보며 부모님은 어떤 생각이셨을까.


미안한 마음이셨다면 나는 조금 가슴이 아플  같다.



부모님의 삼십 ,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어떻게 가족들을 지켜야 할지 얼마나 고민하고  고민하셨을까. 모든 것들을 감당해내기엔 삼십대가 그리 힘이 있지는 못할  같은데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런 부모님은 기어코 해내셨다.


흔들리지 않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어린 두 자녀를 집에 두고 맞벌이로 고군분투하셨을 그 마음이 어땠을지 뱃속에 아기를 품고 나서야 감히 이해가 될 것 같아 이제 서른의 내가 그 시절의 엄마를, 그 시절의 아빠를 꼬옥 안아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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