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놀이로 쉽게 청소기 가르치는 방법

집안일 놀이로 청소하는 법 배우기

by 지에스더
바닥에 이게 다 뭐야!!!!!!



두 아이가 영어 DVD를 보는 동안 간식을 챙겨주고 낮잠을 잤다. 한숨 자고 나왔는데 거실 바닥에 과자가 많이 떨어져 있다. 과자 봉지는 한쪽에 누워있다.

“이거 누가 그랬어?”

“지민이 가요.”


둘째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나!!”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아이에게 까닭을 묻지 않았다. 바닥에 잔뜩 널려있는 과자를 보자마자 나는 두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만 보고 당장 과자 부스러기부터 치워!!!!"



웃으며 DVD를 보던 애들은 이게 지금 뭐지? 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첫째 아이는 벌떡 일어나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 곧 빠르게 움직였다. 첫째 아이가 봉지에 과자를 담았다. 둘째 아이는 따라서 했다. 한참을 줍더니 조금 뒤에 청소기를 들고 왔다. 청소기를 밀어서 바닥에 남은 부스러기를 치웠다. 그런 다음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DVD를 이어서 봤다.




왜 그렇게 성급하게 화를 냈을까.




금세 치우는 애들에게 소리 지른 게 미안했다. 다 보고 난 뒤에 하라고 했어도 잘했을 텐데. 애들이 흘리는 게 뭐 하루 이틀 일인가. 평소에도 두 아이는 워낙 잘 흘리면서 먹지 않은가. 그게 아이들인걸. DVD가 끝난 다음에 기분 좋게 가르쳤어도 되는 거였다.

잠자고 일어난 엄마가 갑자기 애들에게 큰 소리를 낸 셈이었다. 나는 몸만 아니라 이성도 깨웠어야 했다. 정신을 차리고 난 뒤에 꼭 후회한다. 아이들에게 소리를 꽥 질렀을 때는 일이 벌어진 전후 상황을 보지 않았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살펴보았다. 애들은 굳이 자는 엄마를 깨워서 과자를 달라고 말하지 않은 거였다. 자기들이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엄마에게 부탁하지 않고 그릇에 과자를 봉지채 쏟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엄마를 위한다며 한 행동이었는데 오히려 혼만 나게 되었다.







애들에게는 대단한 재능이 있다. 깨끗이 치운 집도 5분 안에 전쟁터로 바꿀 수 있다. 과자는 먹다가 여기저기 떨어트리고 주스는 마시다가 잘 흘린다. 장난감을 다 빼서 늘어놓는 건 일도 아니다. 어질르고 치우고를 하도 반복하다 보니 하나 안 하나 무슨 차이가 있나 싶다. 집안일은 이상하게 열심히 해도 티가 안 나니까. 하지만 며칠 동안 그냥 두면 발로 밟을 곳 찾기 힘들다. 발바닥에 온갖 먼지가 계속 붙어있다.



여기는 어디인가




이런 상황에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면 좋을까?




나는 첫째 아이 5살 때 홈스쿨링을 하면서 아이에게 본격 집안일을 가르쳤다. 하루는 아이에게 청소기를 쓰는 법을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 워낙 잘 흘리며 먹으니까 스스로 뒷정리를 하는 걸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가 하면 아이보다 훨씬 빠르게 청소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내가 아이가 어지른 것들을 치워줄 수 없지 않은가. 어릴 때부터 자기가 할 수 있도록 키우는 게 낫다. 배우며 연습하느라 시간이 좀 걸려도 나중에는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더 이로울 테니까.


청소기 쓰는 법을 가르칠 때 단계를 아주 작게 나눴다.


<청소기 쓰는 단계>

1. 청소기 찾기
2. 청소기 빼기
3. 알맞은 툴 고르기
4. 툴 끼우기
5. 청소할 곳 선택하기
6. 청소기 밀기
7. 청소기 집에 데려다 주기


아이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집안일을 처음 가르칠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가 해야 할 행동을 아주 작게 나눈다. 그런 다음 하나씩 천천히 가르친다. 한 단계에서 배워야 할 행동을 배우기 쉽고 확실하게 만든다. 그러면 단계마다 아이가 성취를 맛본다. 엄마가 하는 모습만 보고 전체 과정을 한 번에 따라 하는 것보다 편안하게 배울 수 있다. 7단계를 연습하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혼자서 청소기를 써서 청소하는 아이로 자란다. 자기가 흘린 과자 부스러기를 청소기로 치울 줄 알게 된다.

그렇게 하려면 아이는 청소기를 반복해서 써봐야 한다. 이때는 놀이로 바꿔서 여러 번 연습하도록 한다. 청소기를 사람처럼 만들어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다. 아이가 청소기라는 친구랑 청소한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와 청소기로 노는 놀이


1. 청소기는 어디 있을까?

알아맞히거나 먼저 찾기 놀이다.

2. 청소기가 먹을 쓰레기는 어디 있을까?

치워야 할 쓰레기 찾기 놀이다.


3. 청소기 집은 어디지?

다 쓰고 난 뒤에 집에 데려다 주기 놀이다.

4. 청소기가 배고파요.

청소기 밀고 다니며 밥 먹여주는 놀이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 부모와 함께 재밌게 청소한 추억들이 많을수록 청소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자랄 수 있다. 나는 두 아이에게 바란다. 5분 안에 온 집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재능뿐만 아니라 청소기로 집안을 금방 치울 수 있는 아이들로 자라길. “청소는 즐겁다. 청소는 좋은 일이다. 청소하고 나면 기분 좋다”는 걸 몸으로 해보면서 배우길. 오늘도 내가 흘린 과자 부스러기는 치울 줄 아는 아이로 크길.


청소하는 첫째 아이, 청소기와 친해지고 있는 둘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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