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易地思之)와 운전문화의 상관관계

운전자의 필수 매너, 양보와 배려

by 박천수




며칠 전 출근길에 내 바로 앞에서 경미한 접촉사고가 있었다. 차 한 대가 끼어들기 위해 내 차 앞에 섰고, 나는 양보해 주려고 마음먹고 서 있는데 끼어들려고 서 있던 차가 무리하게 들어오다가 앞차의 뒤쪽 범퍼를 들이받고 말았다. 조금만 기다리며 양보해 주었다면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서로 양보해 주는 문화가 습관화되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크고 작은 사고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차의 사고로 인해 뒤에 있던 다른 차까지 통행에 방해를 받아 사고처리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해야 하니 시간적, 경제적인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자동차는 필수적인 도구다. 그러나 늘어나는 교통량에 비해 도로 여건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보니 운전자 대부분이 교통 체증 속에서 더 빨리 가기 위해 거칠게 운전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로 인해 운전자는 언제나 위험을 무릅쓰고 곡예 운전을 해야 한다. 더구나 고속도로 같은 경우엔 자동차 경주인가 착각할 정도로 과속하는 운전자들이 규정 속도를 지키는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아찔한 순간들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모든 운전자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간혹 대형버스나 화물차 운전자들이 소형차량이나 초보운전, 여성 운전자들이 차선 변경이나 저속으로 운행하면 전조등을 아래위로 조작하며 안전거리도 확보하지 않은 체 차량 가까이 밀어붙이기를 하는 바람에 겁에 질린 운전자가 추돌사고를 내는 경우도 가끔 볼 수 있다.




사실 차를 타고 도로에 나가보면, 양보 운전을 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초보자 아니면 여성 운전자가 대부분이다. 얼마 전 '초보운전, 나도 정말 무서워요'라는 문구를 붙인 차량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은적이 있다. 그 문구를 보자 잠시나마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과연 양보와 배려를 아끼지 않는 매너 있는 운전자인가?" 생각해 본 내 모습은 스스로를 부끄럽게 했다. 운전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초보시절이 있다. 그때를 생각하며 그들이 조금 서툴고 굼뜨더라도 답답해하며 눈치를 주지 말고 차분히 기다려주는 아름다운 배려의 미덕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나 역시 오랫동안 운전을 하다 보니 간혹 운전 중 급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차량의 흐름을 봐서 별다른 무리가 없을 때에는 차선 변경이나 끼어들기, 앞지르기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주행에 불과하다. 그러나 규정속도에도 못 미치는 느림보 운전이나 잦은 브레이크 등을 볼 때면 혼자 소리로 살짝 한마디 하며 추월해 나가지만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그럴 때는 아주 잠깐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하고 음악을 들으며 나를 다독인다.


"세상이 내일 끝나는 것도 아닌데 서두르지 말자. 음악과 함께 풍경을 즐기며 여유롭게 운전하자"



운전 후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편안하게 운전을 하며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는 언제나 상쾌한 기분이다. 이런 느낌을 알기 때문에 나는 마음이 편하고 기분도 업되는 여유 있는 운전을 하자고 날마다 내게 체면을 건다.




한 번은 경산 친구 집에 갈 일이 있어 고속도로를 탄 적이 있다. 그날은 도로를 메운 차들로 교통 체증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치 경주차처럼 방향 지시 등도 켜지 않고 차선을 계속 바꾸면서 다른 차량들을 추월하며 급가속을 반복하는 난폭 운전자를 보았다. 운전자의 목적지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다른 운전자에게 위협과 스트레스를 주는 것만은 틀림없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나 보다 하고 이해해 보지만 언짢은 기분은 버릴 수가 없다. 나는 경산까지 가는 동안 대부분 한 차선을 유지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다. 내가 경산 IC를 빠져나오는 순간, 그 난폭 차량은 바로 앞 정지 신호등에 걸린 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고작 여기까지 오려고 목숨을 건 위험한 운전을 했다고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왔다. 고속도로에서 아무리 빨리 가봐야 몇 분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진작 알았지만 이날 만은 정말 실감이 났다.



운전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매너 있게 운전하지만 한두 사람은 반드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난폭운전을 하기 마련이다. 눈살만 찌푸린다면 다행이지만 한두 사람의 잘못된 운전 습관이 도로 전체의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고 교통사고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바쁘고 여유 없이 지나가는 일상생활에 익숙한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어느 시점부터 초보 시절의 교과서적인 운전 예절을 망각하고 있다. 운전 중 도로 위에서 만나는 다른 차량들은 배려하지 않은 채, 자기 차량만 빨리 지나가면 된다는 이기주의적인 나쁜 운전 습관에 익숙해져 있다. 양보의 미덕은 찾아볼 수 없는 도로 위는 마치 우리의 삶에서 '빨리빨리'를 외치는 속도전과 닮아있다. 다른 운전자의 입장을 생각지 않는 안하무인격의 무례한 운전 습관에서 벗어나 운전자의 기본 매너를 지키며 양보와 배려의 운전문화를 행한다면 우리의 운전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할 것이라 믿는다.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는 뜻이지만 운전자에게 대입해 보면, 운전 중 주위 차량 들과 서로 앞질러 가는 경쟁 관계가 아닌 차량 흐름에 맞는 양보와 배려를 하자는 말로 해석된다. 나부터 조금 양보하고 여유를 가지고 운전하다 보면, 한번 양보받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미덕의 릴레이가 생성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리는 일생 동안 많은 시간을 운전을 하면서 보낸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냐는 오직 자신에게 달려있다. 조급한 마음으로 서두려면 불편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음악을 즐기면서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도 있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추석명절이다.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에 간다는 들뜬 마음으로 음주나 졸음, 난폭운전에 동참하지 말자. 고향에 내려오는 자식들이 행여 사고라도 날까 노심초사 기다리는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양보와 배려를 숙성시켜 안전하고 여유 있는 운전문화에 동참할 때, 보름달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미소 짓는 풍성한 추석명절이 될 것이다. 오늘 하루도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즐거운 생각을 하며 가다 보면 어느덧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고, 그때쯤이면 차를 타기 전보다 훨씬 느긋해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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