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 불변의 법칙

인간의 내면을 지배하는 본성에 관한 이야기

by 박천수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잘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이 배워 지식이 넘치는 사람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게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성이다. 가끔 환경에 따라 약간 희석이 되어 아닌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본성은 항상 돌아서면 그대로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30년 만에 확인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마지막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되었기 때문에 ‘법률 불소급의 원칙’에 의해 더 이상의 처벌은 어렵다고 한다. 가히 복장이 터질 일이다. 피해자 유가족들이 충격과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사건의 진실규명과 함께 용의자의 진정 어린 사과와 합당한 처벌이 어떻게 진행될지 참으로 궁금하다.


연쇄 살인범을 잡고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법의 한계 앞에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사건의 결말을 바라보며 인간의 ‘본성 불변의 법칙’을 한 번쯤 음미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지 해서 짧은 글을 써 본다. 우스갯소리가 아니길 바라면서.




한 청년이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체포되어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그는 자신의 집을 찾아온 처제에게 수면제를 타 먹인 후 잠든 사이 성폭행하고 범행이 알려질까 우려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살인범이다. 성폭행 살인사건으로 무기 징역형을 받고 25년 동안 무기수로 복역하면서 수감 기간 중 1급 모범수로 행동해 왔다.

가구 제작에 공을 들여 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교정 작품 전시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무기수는 형법상 20년 이상 수감생활을 모범적으로 하면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형법상 규정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정말로 무기수에게 운이 따라 가석방 적격 여부를 심사하는 가석방 심사위원회가 열렸다고 한다. 가석방은 무기수라도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하면 심사위원회의 심의와 신청을 거쳐 법무부 장관이 행정처분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장이 무기수에게 물었다.

“당신은 20년 넘게 긴 세월을 모범수로 생활하여왔다. 어렵지 않았는가? ”

무기수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체 심사위원장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인간에게 희망은 오랜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이겨내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수감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공부한 형법 책 속에서 보석같이 빛나는 ‘희망의 끈’을 발견했고, 그 끈을 잡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했습니다.”


이외의 답변을 들은 심사위원장이 다시 물었다.

“그래 그 끈은 잡았는가? 그리고 ‘희망의 끈’은 구체적으로 무얼 의미하는가?”

“네. 지금 이 순간 그 끈이 손에 닿을 듯합니다. ‘가석방’ 말입니다.”

“만약 가석방으로 나가게 되면 무엇을 하고 싶나?”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 후편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의 소재를 재구성해 보고 싶습니다. 영구 미제 연쇄살인 사건의 신비함도 함께.”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심사위원장이 단호한 목소리로 결정문을 낭독했다.

“가석방을 불허한다.”




청년은 이제 50대 중반의 나이로 접어들었다. 지금도 그는 모든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서 담담한 표정으로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연쇄살인 사건 등의 흉악범죄로 수감된 무기수가 가석방으로 다시 사회에 나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참으로 궁금하다.


우리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섣불리 예측하기에는 많은 부담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가 소원하는 ‘희망의 끈’의 의미는 이미 우리가 예측하고 있는 똑같은 사실을 시사해주고 있는 것 아닐까. 인간의 내면을 지배하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이라는 진실과 함께 ‘본성 불변의 법칙’을 새롭게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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