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살며 놀랐던 장면 하나를 꼽으라면 트레인(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들이었다. 이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니 사람들이 휴대폰 마냥 책을 휴대하고 다닌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트레인은 물론, 수영 후 햇볕 아래 책을 읽고 있다거나 여행 갈 때도 여행 내내 읽을 책을 한 권 챙긴다거나. 책 읽는 것을 삶의 일부이자 하나의 유흥거리로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내가 호주에서 다시 독서를 시작한 건 불안정한 시그널 때문이었다. 트레인을 타면 꼭 Strathfield ~ Burwood 역 사이에선 휴대폰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어학원을 갈 때나, 일을 하러 갈 때면 하루에 최소 2번씩은 이런 현상을 겪게 되는데, MZ세대(막차이긴 하지만)로서 콘텐츠 공급이 끊긴 시간을 견딜 수가 없었다. 이때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책을 읽게 된 것이다. 그때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친구에게 말했다.
아! 얘네 이래서 책 읽나 봐!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략 아래와 같은 이유가 있는 듯하다.
첫째, 일반적으로 독서를 교육의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한다. 한 텀, 혹은 한 학기 내내 한 가지 책을 이리저리 뜯어보고 에세이를 쓰는 일이 굉장히 잦다고 한다.
둘째, 독서가 보편적인 여가 생활이다. 책 읽는 것은 당연히 휴대폰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의 여가 생활이라고 여겨진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의 베스트셀러가 자기 계/개발서라면 여기는 스릴러가 베스트셀러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뚝딱.
셋째, 표현의 자유가 존중된다. 책 자체도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세상에 나올 수 있음은 물론, 독자 입장으로도 사회적/개인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다.
실로 부럽다. 일기와 다르게 책이라는 것은 결국 독자가 있을 때 세상에 나올 수 있기 마련이지 않은가. 다른 이도 읽어야 나도 읽을 수 있다. 그러니 독자는 작가를, 작가는 독자를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우리나라보다 단지 책 읽는 비율이 높다 뿐, 실은 전 세계적으로 책은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이슬아 작가가 나오는 유튜브를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국내 전업 작가는 얼마나 될까? 어떤 행보를 걸을까? 궁금해서 몇 번 검색해 보니 확실히 웹소설이 아니면 제법 어려워진 모양새였다.
예로부터 글 쓰는 사람은 고단하다고 했지만, 난 여전히 글 쓰는 이의 풍요를 기대한다. 활자가 다시 한번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날을 상상하며, 이 글을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