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에서 1년 살기
상수동 일기⑧
강을 바라보며 일 한다는 건 축복이다. 베란다에 키우고 있는 꽃나무들도 나와 함께 강을 바라본다. 그 아이들은 나와 같은 강을 보며 나와 다른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많지 않은 일들이 소나기처럼 지나가고 나면 운동화를 갈아 신고 한강공원 나들목에 내려선다. 산책하는 사람들, 라이더들, 나무들, 이름 모를 꽃들... 강물이 흐르는 속도에 보폭을 맞추다 보면 걸음은 당인리발전소 앞을 지나고 절두산공원을 돌아 당인동 뒷거리로 향한다. 그 길목에서 만난 <몽마르뜨 언덕 위 은하수 다방>. 아... 어느날 상수동에서 마술사의 손수건 속 비둘기처럼 갑자기 사라졌던 그 은하수 다방이 코앞에 느닷없이 나타났다. 그래, 어쩌면 세상은 그렇게 마술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침묵하며 사라졌다 말없이 다시 나타나는 마술... 내 앞에는 또 어떤 것이 사라지고 또 어떤 것이 다시 나타날지... 문득, 혹시, 아마, 저 말없이 침묵하고 있는 강이 내게 마술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실없는 생각에 실없이 웃었다.
2021.08.01
C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