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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Dec 18.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일자와 경전, 교육과 집착

소은이를.키우는 이야기를 아내와 자주 한다. 아이는 때되면 스스로의 주체성을 가지고 제 삶을 꾸려나가겠으나, 그 전까지는 모든 짐승과 풀꽃들이 그렇듯, 부모의 품에서 기반을 잡게 될.터이다. 도장에서도 색깔 띠를 맨 유급자는.아직 더 많은 지도가 필요하다. 검은 띠 유단자들부터 스스로를 가늠하여 훈련한다.



아내는 아이들이 몇이 되건, 대학만 가면 독립시키자고 한다. 나는 오히려 세상의 풍파를 세게 맞은 때가 대학부터라 아직 시기상조라 여긴다. 아내는 공부는 스스로 잡아줄수 없지만, 학군과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생각한다. 나는 환경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심신이 잡히면 어느 환경에서든 정진할 것을 찾아내리라 믿는다. 우리 부부 모두 믿음이 같으므로, 나는 근원적 일자一者이신 주님처럼 부모도 그 역할을 해야된다 믿지만, 아내는 금방 아이가 자라 들뢰즈의 리좀처럼 평등한 제 또래집단끼리 소통할 터이므로 부모 품에서는 한계가 있다 보는 축이었다.



아내는 공교육의 기능 자체가 사회 계급의 이동에 있지 않고 최소한 시민으로서의 교양과 덕목을 지니는데 있다 했다. 나는 아내의 말에 아주 동의하지 않고 문무예 文武藝 중 뭐든 저가 정진코자 한다면 부모가 피땀을 갈아서라도 지원해주되, 끝내 못한다면 그도 어쩔수 없다 생각은 하나, 어쩌다 자주 보는 부잣집 어린 도령아씨들의 부유한 공부환경을 보자니 기가 죽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옛날 석봉 한호처럼 지필묵.대신 손끝에 물찍어 우물가에서 글씨 쓰던 시대는 참말 지났는가 보다. 하기사 무공도 무턱대고 연습하기보다 잘 먹고 잘 자고 효율적으로 훈련하는 이가 훈련도 오래 하고, 승률도 높다.



내 스스로.평생 책을 놓지 않고 도복을 입듯, 잘 키우려는 마음조차도 결국 부모로서 독재이고, 지나친 집착일까? 나는 나와 똑닮은.아이가 아내의 뱃속에서 나와 마주하는 순간, 평생 이해하지 못할듯 했던.어머니 아버지와 같은 출발점에 섰고, 아이를 키우며 그 엄격함의 근본을 헤아리게 되었다. 결국 나라 최고의 대학에서 법을 가르치며, 전직 장관이기까지 했던 미남 법학자가 조금 다른 의미의 나랏밥을 먹으러 가며 남긴 말은 폐부를 찌른다. 자식의 출세 앞에 자신도 하나의 부모일 뿐이라 했다. 평등 운운하며 제 자녀는 아낌없이 명문대에 미국 유학 보내놓고, 행여나 개천용 생길까 사다리 걷어차는 작태 또한 널리 보면 어찌 부모 마음 아니랴. 세상 어느 미친 아비어미가 제 자식 고생하는 꼴 기꺼이 두고보겠는가.



그러므로 아내는 때때로 나더러 너무 유난이다 타박하지만, 나는 아직 절대로 그리 생각치 않는다. 솔직히 나는 마음에 틀이 없고 그저 상대를 비추기에, 세상사 정 주지 말고 마음을 돌보려는 생각조차 집착이라 일갈했던 혜능선사보다, 마음은 분명히 주어진 실체니 지저분해지지 않고 닦아야 한다는, 그래서 꼭 맹자의 성선을 생각케하는 신수 스님의 말이 좀 더 와닿는다. 곽상의 개별자들간 연대도.나는, 들뢰즈의 리좀도 어찌 틀릴까만, 나는 뿌리부터 가지까지 이어지는, 젊은 천재 왕필의 일자론이 좋다. 세상에 근원없는 존재가 있다던가. 갑자기 튀어나온 무엇이 있다던가. 나는 아이가 기꺼이 나를 곰팡내나는 옛 퇴물로 취급하며 극복하길 바라건대, 때가 될때까진 끝내 아이의 출발점이 될수 있는 옛 경전같은 아비가 되고 싶다. 문, 무, 무엇이 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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