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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산적독서가 Dec 29. 2021

살아있음을 느낄 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독서를 열심히 하던 중 거의 몰입 상태에서 갑자기 살아있는 나를 느꼈다.

살아있다는 증거를 마구 생각하기 시작했다.


퇴근 후 전철을 타고 세 정거장 간 후, 광역버스로 갈아타고 집으로 가야 한다. 광역버스는 20분~30분에 한 대씩 온다. 전철에서 내려 갈아 탈 버스를 놓칠까 봐 급하게 계단을 뛰어오른다. 숨을 헐떡인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왜, 그리고 어떻게 해서 지금 이 시각에 여기서 숨을 쉬며 살아있는 것일까?


모든 일이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내가 죽을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살아 있다는 것이 신비롭다.


생명의 고귀함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과학이 최고로 발달하여 편리하고도 안정적인 이런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뜻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살아있음을 감사하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내가 만약 조선시대 노비로 태어났다면?

중세에 노예로 태어났다면? 

인간이 아닌 딱정벌레로 태어났다면?

정확하게 나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 딱 나 하나다.


빠르게 만보 걷기를 한 후, 문득 생각난다. 내가 이렇게 걸을 수 있구나.

푸시업을 천천히 30회를 하고  문득 생각한다. 

스크린골프, 힘차게 채를 휘두른 후 생각한다.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구나.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밥상에 올라온 낙지젓갈, 낙지 말고 무채도 섞여있다. 낙지와 무, 구분이 잘 안 된다. 낙지를 고르려고 젓가락으로 휘젓다가 아내에게 핀잔을 듣는다. 그렇지 살아 있으니까 이런 일도 생기지.


며칠 전 3차 접종, 부스터 샷을 맞았다. 약간의 몸살 기운에 타이레놀을 먹었다. 멀쩡해졌다. 살기 위해, 아니 안전하게 잘 살기 위해 내 몸을 조금 괴롭혔다.


몸은 괴롭힐수록 튼튼해지고 마음은 괴롭히지 말아야 건강해진다.

살아 있어야만 글도 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어느 날 다윗 왕은 궁중 세공인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다.


"나를 위한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어 오라. 반지에는 내가 큰 승리를 거두어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것을 차분하게 다스릴 수 있는 글귀를 새겨라. 또한 내가 큰 절망에 빠졌을 때는 용기를 줄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글귀를 반지에 새기도록 명령한 것이다.

세공인이 어떻게 다윗 왕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글귀를 만들 수 있을까?

그는 지혜로운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서 부탁한다.  그러자 솔로몬이 이렇게 말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승리에 도취한 순간에도 이 글을 보게 되면 왕께서는 자만심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절망 중에도 이 글을 본다면 왕께서는 큰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슬픈 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기쁜 일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은 슬픈 일과 기쁜 일이 교대로 왔다가 지나가면서 시간이 간다. 살아있는 시간이다.

한 시간이 하루가 되고 하루가 한 달이 되고, 1년이 되고, 그렇게 세월이 흐른다. 모든 것이 지나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내 인생도 지나가리라. 지나가고 있다. 살아서 움직이면서 지나간다.

내가 살아있는 지금은 승리에 도취한 순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망에 빠져 있지도 않다. 

그래도 이 또한 지나간다. 

지나고 지나고 또 지나면 그 후에는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지나가는 이 순간을 크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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