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틈도 오밀조밀 모여있던 꽃들의 간격이
듬성듬성해지고
즙이 흐를 것만 같던 초록 가지가 메말라
갈색으로 변하고
흙은 도무지 마르질 않아 물을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물을 더 주면 물러 죽어버릴 것 같고
주지 않으면 말라죽을 것 같아
이 식물 앞에서 매일 발을 동동 굴렀다.
죽는 건 싫어.
화분을 뒤집어엎었다.
흙은 축축한데 줄기는 거칠거칠했다.
어떤 부분은 썩었는지 뚝뚝 끊어졌다.
최대한 줄기의 흙을 털어내 옆에 두고
화분 속에 있던 흙을 펼쳐 말렸다.
새 흙을 섞고 누워있는 식물을 일으켜 다시 화분에
심었다.
처음 심는 것처럼.
죽는 건 싫은 마음으로.
하루가 지났다.
이틀이 지났다.
또 하루가 지났다.
셀 수 없는 날들이 지났다.
그리고 만난 꽃 한 송이.
고맙다고 했다.
살아줘서 고맙다고, 힘을 내줘서 고맙다고.
또 한 송이의 꽃이 화답하듯 피었다.
쭈그러들었던 내 마음도 펴졌다.
모든 건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