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에 나는 맘이 편했을까.

니가 핀 담배만큼 난 울었어.

by maudie

늘 똑같은 일로 싸우다 지친 우리 끝날때 됐나 봐

너답지 않던 모습 더는 지켜보기 힘들었어

다시 주워 담기 힘든 말들 쏟아내고 집에 돌아왔어

그날에 나는 맘이 편했을까 다신 안보겠단 각오로

니가 못한 숙제 한 거잖아 나는 사랑이 필요해

이만큼 아프면 충분해 니가 핀 담배만큼 난 울었어


니가 가장 듣기 싫어했던 얘기들만 뱉어내고 왔어

그날에 나는 맘이 편했을까 다신 안보겠단 각오로

니가 못한 숙제 한 거잖아 나는 사랑이 필요해

이만큼 아프면 충분해 니가 핀 담배만큼 난 울었어


상처받았다고 말하지 말아줘 나를 더욱더 사랑해줬더라면

아니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다면 행복했을까

정말 널 미워해서 이랬을까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우릴 되돌리고 싶었는데 나를 떠나는 이유가 너는 필요했던 거니까

내가 그 이유를 만들어줄게 미안한 마음들 갖지 않도록


이예준 - 그날에 나는 맘이 편했을까




요즘 주구장창 듣고 있는 노래가 있다. 덤덤한 목소리와 아픈 마음을 담은 목소리가 적절하게 감정을 긁어내는. 이예준이라는 가수의 그날에 나는 맘이 편했을까. 목소리도 목소리지만 이 노래의 가사가 정말 그때의 나를 읽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전한 마음으로 비슷한 뒷모습만 봐도 심장 뛰게 하는 사람. 닮은 뒷모습을 만나면 하루 종일 눈으로 그 사람을 쫓는 나를, 조금도 변하지 못한 지금의 나도, 그때의 나도. 그대로 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공감돼서 처음에 듣자마자 펑펑 울었던 것 같다. 가사의 문장이 하나하나 다 내 얘기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가장 마지막에 헤어진 사람에 대해서는 단 0.0000001%의 후회도, 미련도 없다. 그리움? 그게 뭐죠. 정말 여전히 소름 끼치게 싫다.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기억이 다 소름 끼친다. 심지어 프러포즈를 받던 그 당시 행복하다고 느꼈던 그 장면까지도 소름 끼친다. 공포영화보다도 더 공포다. 그와 함께 했던 시간 모두가 악몽 같다. 여전히 입에 담기도 싫을 정도로. 내 30 평생 썼던 이름을 단숨에 바꿀 정도로.


내가 그리워하고, 내가 아쉬워하고, 내가 여전히 그와 닮은 모습만 봐도 종일 정신이 없을 정도로 그리워한 사람은 그 사람을 만나기 1년 전에 함께한 2년 반의 시간을 정리하고 헤어진 사람. 참 이상하게도 가장 오래 5년이라는 시간을 만났던 사람보다도 훨씬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 사람과도 안 좋게 헤어진 건 마찬가지지만, 분명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생각나고 한 번쯤 만나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그 사람과의 마지막을 닮은 노래에 온 마음이 눈물로 가득 차오른다.


그와의 마지막이었을 통화가 녹음된 메세지가 여전히 핸드폰에 남아있다. 내가 울면서 소리 지르는 게 담겨있는. 차마 지울 수 없었다. 나를 달래던 그의 목소리가 담겨있어서일까. 어떤 미련인 걸까. 좋은 모습도 아니고 나쁜 모습이 담긴 그 메세지를 차마 지우지 못했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문제가 되거나 다음에 필요한 자료가 될 수도 있고, 직장에서 간간히 말 바꾸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상사가 있어서 자동으로 녹음이 되게 설정되어 있어서 자연히 담긴 목소리가 남아 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하다 최근에 핸드폰을 정리하다가 발견했다. 한 시간가량의 다툼이 있고 울면서 소리 지르며 통화는 종료되었다.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그와의 마지막 통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왜 지우지 못하고 여전히 가지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지우기 망설여지나 보다.


분명 나쁜 사람인데. 분명 내 주변에서 다 그런 나쁜 새끼 입에도 담지 말라고 할 정도로 나쁜 놈인데. 뭐가 그렇게 아쉬워서 여전히 닮은 모습에 놀라 눈으로 쫓아 그인걸 확인하고 싶어 하고, 보고 싶어 하는 걸까. 과연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일까? 아니면 그냥 그저 그 사람을 사랑했던 그때의 나를 만나고 싶은 마음일까. 여전히 헷갈리는 것 같다. 그 사람을 사랑했던 그때의 내가 그리운 게 아마 가장 크겠지만, 한 번쯤은 마주치고 싶은 마음. 잘 지내고 있는지. 여전히 지독하게도 내가 싫다고 했지만, 지독하게도 피우던 그 담배는 여전히 하는지. 그냥 한 번쯤 우연히 마주치길 바라는 마음이, 그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내가 한심하면서도 안타깝다.


아마도 다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이번 생에서는 어려울 것 같다. 그 생각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결혼에 대한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뭐 운이 좋게도 이 모든 부정적인 생각을 삼켜버릴 만큼의 애정으로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면 바뀔 수도 있겠지. 근데 그런 사람은 나타나지 않을 거니까. 그러니까.


항상 느끼는 거지만 처음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았을 때 생각한 이야기와 써 내려가는 이야기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글을 마무리하려고 보면 항상 뭔가 다른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는 것 같은 기분.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써 내려가는 문장에서 파생된 생각일 테니. 그것도 역시 내 문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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