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참 가난하다.
어찌해서 갑자기 대뜸 머릿속에 이 문장이 만들어진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는 방금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를 다시 보고 있었다. 몇 번을 봐도 다시 보고 있는 그만큼 좋아하는 작품. 그리고 오늘을 살기 위한 일을 했고, 아무런 자극이 없는 평온한 하루를 보냈다 자부했다. 약을 챙겨 먹었으니 잠만 잘 자면, 어떤 문제도 없는 하루를 완성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할 일을 마치고 눈을 감기 전 핸드폰을 하려고 들었다 무심코 지난 한 문장.
'행복은 참 가난하다.'
어떤 의미로 왜 나에게 불현듯 이 문장이 온 것인지 가만히 생각해 봤다. 그러나 어떤 연유로 그런 문장이 스친 건지 답을 찾지 못하고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왜일까. 왜 도대체 이유도 없이 내게 온 것일까. 아니 그런데 정말 이유는 없었을까.
사람은 하루를 보내며 깨어있는 동안 참 많은 생각을 스친다고 한다. 한 가지에 집착하듯 몰두하게 하는 생각은 원래는 그저 스칠 이야기였는데 사람이 붙잡는 거라고. 왜 저 생각은 내게 붙잡혔을까. 행복과 가난의 상관관계가 있을까.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다시 짧게 스친 생각이 잡혔다. 행복은 너무 빨리 소진된다는 것. 채우긴 힘들지만 빠르게 소진되므로 다시 가난해진다는 것. 나는 지금 행복해서 이런 생각이 든 것일까. 아니면 소비되는 행복이 너무 많고 빨라서 그런 것일까. 아쉬운 마음은 원래 내내 맴도는 법이라도 행복이 조금 천천히 소비되면 좋겠다 생각했다. 긴 물음이 꼬리를 물어 오늘 잠은 다 잔 게 아닐까.
행복이 조금 오래 더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내 인생에 당신이 조금 더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